'미분양 무덤' 용인 분양시장 살아나나… 분양가 할인 등 판촉 마케팅 '후끈'

2013-05-27 17:38

아주경제 권이상 기자=#. “용인 일대 미분양 단지들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장 분위기에 합류하려고 너도나도 분양가 할인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기다 주변 전셋값도 안 되는 돈으로 우선 살아보고 분양 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는 단지도 생겼어요.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살아날지는 아직 미지수 입니다.”(용인 신봉동 C아파트 분양 관계자)

부동산시장의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경기도 용인시 일대에 ‘분양가 할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용인시에는 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지마다 많게는 가구당 분양가를 40%이상 할인분양에 나서고 있다.

여기다 분양가 할인에 추가적으로 주변 전셋값의 절반 수준인 계약금 정도만 내면 일정기간 살아보고 계약을 할 수 있는 단지도 등장했다.

이는 ‘4∙1 부동산 대책’으로 분위기가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에 편승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수지구 신봉동 ‘용인 수지 신봉 센트레빌’은 올 4월 분양가 할인 폭을 최대 30%까지 확대했다. 기존 저층의 분양가를 최대 20% 할인 한 것에서 최근 모든 잔여가구를 대상으로 할인 폭을 넓힌 것이다.

이 단지 전용 149㎡형의 경우 당초 분양가는 7억9900만원이었지만, 현재 30% 할인된 5억5900만원이면 분양 받을 수 있다.

이 단지 분양 관계자는 “최근 실시된 분양가 할인은 하락세가 지속되는 용인 지역 시세에 맞추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며 “용인에서 분양 중인 업체들은 빨리 미분양을 털어 ‘미분양 낙인’을 벗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용인 신봉 동일하이빌’ 3단지도 올 5월 중순부터 최대 40%에 이르는 할인 분양을 시작해 본격적인 ‘미분양 털기’에 나섰다. 할인대상은 시공사 삼호가 보유한 일부 가구다.

신봉 동일하이빌 3단지 전용 116㎡형의 경우 당초 분양가 7억7000만원 정도였지만, 현재 4억8900만원이면 계약할 수 있다. 분양가가 9억4000만원이었던 전용 193㎡형은 40%가 할인된 5억5800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신봉 동일하이빌 분양 관계자는 “할인분양을 실시한 일주일 동안 7건이 거래됐다”며 “전화벨조차 울리지 않던 상담석이 정신 없을 정도로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용인에는 분양가 할인과 함께 일정기간 살아보고 매입할 수 있는 첫 ‘환매조건부 분양’ 단지도 생겼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일레븐건설은 성복동 ‘성복 자이 1·2차(1502가구)'와 ‘성복 힐스테이트(2157가구)'에 대해‘스마트 리빙제’를 진행하고 있다.

일레븐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리빙제’는 분양가의 20%인 1억8000만~2억2000만원만 내면 등기를 거쳐 입주한 뒤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제도다. 계약에 발생하는 취득세(2.7%)와 중도금 이자 등은 분양 업체가 대준다.

계약자가 2년 뒤 살아보고 마음에 들면 최종 계약 때 15%가 할인된 분양가의 나머지를 2년 내에 치르면 된다.

만약 계약자가 분양 받기를 원치 않으면 분양업체가 주변 시세 등을 감안해 환매를 거쳐 계약자에게 돈을 되돌려 준다.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미분양이 된 후 15% 정도의 분양가 할인을 하고 있었지만,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는 시기를 맞춰 추가적으로 주변 전셋값 수준으로 ‘스마트 리빙제’를 실시하게 됐다”며 “수요자의 관심이 적어진 용인을 다시 알리기 위해 분양 혜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적체돼 있는 용인시 미분양 가구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용인시 미분양은 6191가구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6676가구보다 500여가 가구 정도만이 줄어든 수치다.

아직 통계가 잡히진 않았지만, 올 5월 기준 용인시 미분양은 5800가구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용인 일대는 지난 3~4년간 아파트 공급이 집중된데다, 대다수 아파트 시세가 여전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미분양 단지의 분양가 할인 등의 노력이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아파트시세도 큰 변화가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지역 아파트값은 112주(5월 둘째 주 기준)만에 0.01% 오르며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그 후 다시 보합세에 머물고 있다.

용인시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을 둔 수요자라면 유의할 점이 많다. 용인은 공급과열의 장기적인 후유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용인에서 할인 분양을 실시한 단지는 정부의 양도세 면제 기준(6억원 이하)에 맞추기 위한 자구책으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오랫동안 미분양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이 많아 실수요자 입장에서 주변 시세와 단지별 입지 특성 등을 꼭 비교하고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