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경매 가봤더니..

2013-05-29 20:54
쿠사마·허스트등 해외작품만 대거팔리고 정작 한국작품은 부진<br/>이우환 '선으로부터’4억3400만원에 팔려 체면유지..총 낙찰률 65%

26일 홍콩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서울옥션홍콩경매 현장./사진=박현주기자

홍콩=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출발은 좋았다.
26일 오후 5시30분.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50여석의 의자는 순식간에 자리가 동났다.
홍콩그랜드하얏트호텔 2층에 문을 연 서울옥션 경매장은 홍콩컨벤센터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세계각국에서 온 컬렉터들과 갤러리스트가 대부분 투숙한 햐앗트 호텔에서 채 5분도 안되는 거리에 홍콩컨벤션센터가 있다. 5500억원이 몰렸다는 홍콩아트바젤과 홍콩크리스티 경매가 열리고 있는 홍콩컨벤션센터를 가기위해선 서울옥션경매장을 지나쳐야 했다.

경매장이 북적였다. 맨끝자리에 앉은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가 자리를 일어나 패드를 든 고객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도 했다. 경매진행중에도 외국인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외국인들 손에는 홍콩크리스티 팜플릿이 들려있었다. 한시간전에 시작한 홍콩크리스티경매를 보고 오는듯 했다.

오후 5시 38분. 홍콩인 남자경매사가 연단에 올라서 망치를 두드렸다. 시작은 보석경매. 경매사의 빠르고 리듬있는 말투와 손짓으로 경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이아몬드 반지와 진주귀걸이가 계속 팔려나갔다. 특히 11번째 올라온 다이아몬드 반지는 낙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몇번의 경합끝에 낙찰된 이 반지는 이날 보석경매 가운데 최고가 HKD 185만 (약 2억6800만)로 기록됐다.

하지만 서울옥션 이호재회장과 가나아트센터 이옥경 대표도 지켜본 이날 경매는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총 66점이 출품돼 120억어치 그림속에서 시작한 경매는 반타작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경매 하이라이트였던, (서울옥션이 내심 기대했던)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조각은 유찰됐다. 추정가 40억에 나온 이 작품은 추정가보다 내린 HKD2300만에 시작됐지만 힘을 받지 못했다.
이날 최고가는 HKD 380만 (약 5억1000만원)에 낙찰된 쿠사마 야요이의 인형조각 ‘치짱과 친'이 차지했다.

경매후 서울옥션은 제 11회 홍콩경매는 낙찰률 65%, 낙찰총액 HKD 3643만 (약 5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약 5억1000만원에 낙찰된 쿠사마 야요이의 인형조각 ‘치짱과 친'.

26일 서울옥션홍콩경매 현장/사진=박현주기자

◆쿠사마·허스트는 인기여전..중국작품 시들
보석경매가 끝난후, 야오이 쿠사마, 나라요시토모,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등 해외미술품이 먼저 경매됐다.
이들의 작품은 몇번의 경합과 추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팔려나갔다. 특히 쿠사마의 작품 10점은 모두 낙찰되며, 인기를 실감케했다. 쿠사마의 빨간 호박(LOt39)은 HKD 320만 (약 4억6000만원)에 낙찰, 인형조각 ‘치짱과 친‘에 이어 이번 경매 두번째 낙찰가를 기록했다.

데미안 허스트의 2점은 5분도 안돼 팔렸다. 스팟 페인팅 ‘크로로제닉 애시드’는 HKD 240만에 출발, HKD 260만 (약 3억7600만원)에 멈췄다. 큰 경합은 없었지만 현장에서 박수가 처음 터진 작품이었다. 바로 이어진 허스트의 스핀 페인팅도 HKD 165 (약2억3800만원)에 현장고객에게 팔렸다.

중국작품은 시들했다. 미아오 샤샤오춘, 펑정지에, 리티엔빙,위에민준,인쥔, 인쿤의 작품이 모두 유찰됐다. 반면 두점이 출품된 천 리엔칭의 'noon gate side' 그림은 HKD 75만에 시작, 추정가를 넘는 HKD 130만(1억8816만원)에 낙찰됐다. 푸마 운동화를 신은 백인 남성이 작정하고 온듯 막판에 패드를 들고 거뜬하게 차지했다. 추정가 2억9000만원에 나온 쩡판즈의‘스카이’는 HKD 200만 (약 2억8900만원)에 낙찰됐다.

인도 작품은 의외로 선전했다. 출품작 5점 모두 추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팔렸다. 특히 S.H.Raza의 ‘햇빛이 드는 마을’은 추정가 HKD 42~56만에 출품되었는데, 경합 끝에 낮은 추정가의 두 배가 넘는 HKD 85만 (약 1억2300만원), 램 쿠마의 ‘떨어지는 새’는 HKD 60만 (약 8700만), 후세인의 ‘무제’는 HKD 55만 (약 7900만원)에 팔렸다. 이 작품 경매가 끝나자 인도인으로 보이는 고객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26일 서울옥션 홍콩경매 현장/사진=박현주기자

◆이우환 건재..윤명로 선전, 김준식 윤위동 주목
지난 10회 홍콩경매때 24억에 팔려 화제를 모은 이우환의 작품은 올해도 해외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선으로부터’는 HKD 300만 (약 4억 3400만), ‘조응’은 HKD 65만 (약 9400만)에 팔렸다. 김환기의 ‘산월’은 HKD 140만(약 2억300만)에 대만 컬렉터에게 낙찰됐다. 윤명로의 'Breathing MX-810' 는 경합이 붙어 HKD30만에 출발, HKD 50만(약 7237만원)에 팔렸다.

'마지막 기회입니다'를 외치는 경매사의 애타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외미술뒤에 이어진 한국작품 경매는 힘을 잃었다. 북적이던 객석은 외국인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자리는 눈에띄게 텅비어갔다.

추정가 1억3000만원에 출품된 김환기의 1966년작 '모닝스타', 김창열의 물방울(추정가 1억5800만~2억2000만원),설악의 화가 김종학의 2006년작 Mountain Covered with Royal Azaleas(杜鵑山)도 시작가를 넘지 못하고 유찰됐다. 젊은작가들의 작품도 순식간에 유찰됐다.
26일 서울옥션 홍콩경매 현장./사진=박현주기자

26일 서울옥션 홍콩경매 현장./사진=박현주기자

반면 프리뷰에서 눈길을 끌었던 묘사력이 탁월한 김준식과 윤위동, 디테일이 강한 최우람의 조각은 팔려나갔다. 시작가 HKD 95000에 올라온 김준식의 'Campbell’s Batman Logo MaeHwa'는 HKD 10만(1450만원)에 멈춰 시간을 끌다 결국 낙찰됐다. 윤위동의 사진같은 극사실 수채화 2점 모두 낙찰됐다.HKD 55000에 시작한 'Contrast 對比'는 경합이 붙어 HKD 95000(약1375만원)에 팔렸다.

시작한지 2시간도 채 안걸려 끝난 경매후 서울옥션 관계자는 "쿠사마 나라 허스트 등을 팔려고 온 게 아니다. 이들의 작품은 일본이나 다른나라에서 더 잘팔릴수 있다. 홍콩으로의 진출 목적은 우리나라 작가들을 해외시장에 홍보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좋은 작품들 확보하지 못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서울옥션홍콩경매에서 한국작품은 부진했지만 홍콩크리스티에서 한국작품은 인기였다. 25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크리스티 이브닝세일에서는 홍경택의 유화 '연필1'이 HKD 663만(약9억6000만원)에 낙찰되고, 강형구 최영걸 최소영 등도 여전히 좋은 결과를 낳았다.
홍콩에 '한국작가를 알려야겠다'는 취지로 열고 있는 서울옥션 홍콩경매의 전략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세계미술시장으로 급부상한 홍콩미술시장에서 틈새를 비집고 있는 서울옥션의 의지만으로는 힘에 부쳐 보였다. 바로옆에서 같은 날 열리는 크리스티홍콩경매가 '재벌빵집'이라면 서울옥션은 '동네빵집'수준처럼 작품의 질, 가격, 환경등 차이가 극명했다.

또 이날 서울옥션 경매장에 온 인도계로 보이는 컬렉터들이 인도작가 작품을 쌍끌이하듯 구매하는 것과 달리,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줄줄이 유찰되는 동안 한국고객들은 구경꾼으로만 자리를 지키고 있어 큰 대조를 이뤘다.
서울옥션 홍콩경매가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려면 우선 자국컬렉터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함을 재확인할수 있는 자리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