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갑부 리카싱 은퇴의사 밝혀

2013-05-23 14:53
주주단 회의서 "내가 은퇴하더라도 회사는 문제없다" 밝혀<br/>목소리 힘없어 건강이상설도 흘러나와

리카싱 회장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아시아 최고부호인 리자청(李嘉誠,리카싱)이 은퇴할 뜻을 밝혔다.

22일 개최된 창장(長江, 청쿵)실업과 허지황푸(和記黃埔, 허치슨 황포아)의 주주단 회의에서 84세의 리카싱은 "내가 은퇴하더라도 회사는 성장을 거듭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고 홍콩경제일보가 23일 보도했다. 주주단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리카싱이 "유능하고 로열티 강한 경영진들이 회사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며, 은퇴한다면 회사로부터 경호나 경비지원을 제공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리카싱은 "은퇴한다면 홍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리카싱의 목소리에 힘이 없어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장남인 빅터리(李澤鉅)도 참석했다.

리카싱은 이 자리에서 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은퇴를 자주 언급해 조만간 은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리카싱은 은퇴를 위해 두 아들에게 지분상속을 거의 완료한 상황이다.

리카싱은 지난해 둘째 아들 리처드 리(李澤楷)가 갖고 있던 리카싱 유나이티 홀딩스의 지분 3분의 1을 큰아들 빅터 리에게 이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빅터 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 3분의 1을 포함해 리카싱 유나이티 홀딩스의 주식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3분의 1은 리카싱이 계속 보유하고 있으며, 리카싱은 주식 대부분을 리카싱 자선기금에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금은 두 아들이 함께 관리하게 되나 기금의 주석직(대표) 역시 큰아들 빅터 리가 맡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빅터 리가 리카싱 사업의 대부분을 물려받게 된다.

리카싱 유나이티 홀딩스는 부동산 투자회사인 청쿵실업과 14개국에서 항만과 통신 사업 등을 하는 허치슨 왐포아등 ‘리카싱 왕국’의 주요 기업을 포함해 총 22개 상장사의 지주회사 격이다. 이들 22개 기업의 시장 가치는 총 8500억홍콩달러 이상이다. 리카싱은 지난해 5월 큰아들에게 청쿵실업과 허치슨 왐포아를 물려주고 홍콩 최대 통신사인 PCCW의 회장인 둘째 아들에게는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전폭 지원하는 식으로 재산 분할 상속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리카싱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9위이자 아시아 최고의 부자다. 그의 재산은 255억달러(약 30조원)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