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재조명전 연 조선화랑 권상능사장 "이런 작가들이 묻히는건 국가적 손실"
2013-05-22 22:17
김영주, 신화시대-꼭두, 53x45.5cm, 캔버스에 유채, 1989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해방후 격동기에 자신의 예술혼을 불사르고 또 주위에 인생과 예술이란 화두를 던지면서 귀감이 되었지만 사후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잊혀져 가는 작가들이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15일부터‘김영주(1920~1995) 재조명전’을 열고 있는 서울 삼성동 조선화랑 권상능 사장(79)은 "이런 작가들이 묻히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후손으로서 방치할수 없는 일이고 특히 미술문화계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서 앞장서서 작고작가들에 대한 재조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우리 미술시장이 외형상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상업주의로 돈 되는 곳만 쫓아가는 시장 논리를 따르다 보니 좋은 작가가 점점 잊히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국화랑협회 3,9,11대 회장을 역임한 미술계 원로화상이다.
박수근, 이중섭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김 화백은 한국 근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국내미술사에 묻힌 인물로 알려져있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김영주는 글과 그림이 분화되지 않은 상태를 지향했다. 시대를 위해 글을 썼고 그림을 통해 시대에 맞섰다”며 "김영주의 분방한 색채와 표현 구사는 독특한 영역을 이뤘음에도 주류미술에 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떤 아류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걸었던 작가의 외로운 탐구정신이 새로운 평가를 받아야 할 시점”이라고 평했다.
김영주, 신화시대, 135x137cm, 한지에 먹, 1970 |
자유분방한 필치와 빨강·노랑 등의 강렬한 원색의 그림은 잭슨폴록과 장미쉘 바스키아도 움찔할 만큼 독창적이고 독특한 조형세계로 기운생동한다. 특히 1990년에 제작된 가로 10m, 세로 2m의 대작 ‘신화시대’는 에너지가 넘치고 지금 출품된 작품이라고 할 만큼 세련되고 현대적 미감이 넘친다.
피카소의 영향을 받은 김화백은 평생 '인간'에 천착하며 미술뿐 아니라 평론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김화백은 광복 전 일본 동경의 다미헤미요 미술학교에서 공부하고 광복이후 1957년 한국평론가협회 창립 주역으로도 활동했다.
이번 전시에는‘신화시대’등 그의 대표작과 드로잉, 콜라주뿐 아니라 생전에 남긴 논문과 기고문, 능숙한 필치를 담았던 화필 등 애장품도 함께 선보인다.
권사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던 우리 시대가 낳은 위대한 한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 그리고 그의 예술철학이 재평가돼 우리 화단과 미술계에 길이 빛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1971년 조선호텔 내에 문을 연 조선화랑은 1970년 개관한 현대화랑(갤러리 현대), 1972년 진화랑과 더불어 국내 1세대 화랑으로 꼽힌다.
조선화랑은 1982년부터 한국 근대작가들의 정신을 탐구하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김경 선생 유작전을 시작으로 박항섭, 손일봉, 정건모 추모전을 여는 등 작고 작가 재조명을 실시해오고 있다. 상업주의에 가려 잊혀지고 사라지는 화가들이 반가워할 일이다.전시는 6월 14일까지 (02)6000-5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