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소모적 심리전 어디까지 갈 것인가?
2013-05-22 19:28
- 기업대표 방북 허용…북한 진정성 보여줄 계기
아주경제 오세중 기자=개성공단 관련 협의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18∼20일 3일 연속 단거리 발사체를 쏘면서 남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와 북한 모두 소모적 심리전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이렇게 (남북이) 상황을 끌고가면 부담이 된다"면서 "(우리 정부가) 지금부터 중국과 대화를 한다든가 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6~8월(보훈의 달부터 을지훈련까지) 상황상 남북 관계 진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시점 전에 남북대화 준비 단계가 필요하고 지금의 우리 정부의 대응이 국내를 안정시키기 위해 너무 치중한 면이 있다"며 통일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크게 보고 국내 안정보다는 큰 그림 안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바탕으로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한·미 간 공감대가 마련됐으니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면서 "방중 계획이 다가와 있는 만큼 중국과의 채널을 통한 북한 유도가 필요하다"는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최강 국립외교원 교수는 남북 간 대결국면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 우리가 숙이고 들어갈 수 없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양쪽 다 물러설 수 없는 강대강 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 정부가 대화 제의는 하고 있지만 북한과의 관계에 과거와 같은 형태로 간다면 달라질 게 없다"면서 "(대북 정책의)틀을 갖추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이런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수준에서 정부의 목소리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날 오는 23일 방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줄 좋은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입주기업의 방북 계획에 대해 "원·부자재 완제품 반출이 조속히 성사됨으로써 기업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이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북한 당국이 원·부자재 완제품에 대한 반출을 확실히 보장하고 우리 측 인원 차량에 대한 통행계획, 통신재개, 신변안전보장 등의 절차문제와 관련한 협의도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측 인원의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것이 있어야 (방북이) 가능하다"면서 방북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우리 정부와 북한이 다시 심리적인 힘겨루기를 하는 형상이다. 남북 간 자존심 싸움으로 인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힘든 이유다.
애초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을 요구하면서 북한과 대화의 실마리를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측 대화 제의를 '교묘한 술책'이라고 비난하며 대화 제의를 거부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개성공단 물품 반출 문제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맞받아쳤다.
특히 19일에 통일부는 북한이 지난 18일 팩스를 보내 우리 측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밝혔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비난했다.
통일부는 "(이처럼) 우리 정부와 기업들과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이는 결코 성공할 수도 없고 매우 온당치 못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성명전이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단거리 미사일 또는 신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다. 이에 국방부도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해안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스파이크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북한의 발사에)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북한과 우리 정부는 여전히 모두 한 발의 양보 없이 성명이나 무력 도발과 (정부의) 타격 대응이라는 즉각적인 맞불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