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컬럼> 중국진출 우리기업 덮친 아베노믹스 파고

2013-05-19 18:07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일본의 미쯔비시자동차와의 납품계약이 성사단계까지 갔다가 3일전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최근 만난 우리나라의 한 자동차부품업체의 베이징법인 영업총경리의 토요다. 미쯔비시측은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내 자동차부품업체로부터의 제품도입을 추진했고 지난해 가을 품질이 좋은 한국업체를 구매선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엔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미쯔비시측은 계약체결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납품건을 무산시키고 말았다. 이유는 엔저와 위안화강세였다. 미쯔비시가 물건대금을 위안화로 지불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져버린 것. 이 회사 총경리는 “미쯔비시쪽 이야기로는 지난해 가을 대비 결제비용이 24% 상승했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사례는 일본지역 수출업체가 아니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에서 의류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의 사장인 P씨는 “우리회사는 주로 남미쪽에 수출하고 있는데 바이어들이 우리를 외면하고 일본업체들에 주문을 넣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엔저현상으로 일본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자 남미업체들이 중국대신 일본으로 구매선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P씨는 올 상반기는 기존 수주 물량으로 공장을 꾸려나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물량을 어디서 끌어올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엔저로 인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충은 바다 건너 중국에까지 퍼져나오고 있다. 특히 위안화강세가 겹치면서 엔저의 위력은 중국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중국내에서 자리를 굳건히 잡고 있는 대기업들 역시 엔저의 추이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은 자국으로부터 싼 가격에 부품을 들여와 중국에서 조립한 후 제품을 비싼 위안화로 중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현지 가격경쟁력이 부쩍 강력해지는 것이다.

삼성·LG는 가전제품 분야에서, 현대차는 자동차분야에서, 롯데는 유통분야에서, CJ는 식품분야에서 일본업체와 현지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업체들의 거센 반격에 이러다가 큰일나겠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10월 댜오위다오사태 이후 얻었던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진출만으로도 성공이 보장되던 중국이지만, 이제는 고려해야할 외생변수가 너무나도 많아졌다. 앞으로 닥칠 위기에 비하면 지금의 엔저현상은 잔파도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