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농협금융회장 사퇴…회추위 구성 속도낼 듯

2013-05-15 16:42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이 15일 전격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해 고작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신 회장은 이날 “최근 들어 농협금융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유능한 사람이 회장직을 맡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 중앙회와의 ‘불편한 관계’탓?

농협금융 측은 최근 잇따른 전산사고 및 실적 부진 등이 신 회장의 사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 전반의 해석은 다르다. 전산사고 및 실적은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산사고로 인한) 신 회장의 징계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통합전산망은 중앙회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신 회장의 관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중앙회와의 ‘불편한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실제 농협금융은 중앙회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신 회장이 중앙회에 지나치게 집중된 권한에 피로감을 느껴 사임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부장급 이상 임원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금융지주회장으로서 별다른 권한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사임 이유를 파악 중이지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중앙회 압박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 다른 시각은 박근혜 정부의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물갈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했고, 지난 달에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달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7월 임기 이후 연임 포기를 발표했었다.

신 회장은 MB정부에서 수출은행장과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내 MB맨으로 분류돼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단에서 제외된 점도 ‘물갈이 대상에 오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 등이 수행했다. 사의를 표명한 인사를 제외하면 대형 금융지주 회장으로선 유일하게 신 회장이 빠졌다.

◆ 곧 회추위 구성…신 회장 거취 미정

신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농협금융은 새로운 회장을 뽑기 위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신 회장이 갑자기 사임한 만큼, 이달 중으로 회추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선임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공백 우려가 나오고 2분기 실적 발표도 앞둔 만큼, 회장 선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회추위는 중앙회장이 추천한 1명과 농협금융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외부전문가 2명, 농협금융 사외이사 중 2명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주쯤 결정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는 대로 공식 퇴임할 예정이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앞선 관계자는 “아직 (신 회장이)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