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본격화…예·적금 이탈 봇물

2013-05-16 14:02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따라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수신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낮아진 금리 때문에 예·적금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세대들의 재테크 역시 난관에 부딪쳤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14일자로 정기예적금과 입출식 예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0.2~0.4%포인트 낮췄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일반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1.95%로 종전 2%대에서 1%대로 떨어졌다. 정기적금(1년제) 금리 역시 연 3.2%에서 2.8%로 하락했다.

우리은행 역시 14일부로 적립식 예금과 거치식 예금의 금리를 0.1~0.2%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연 3.10%를 기록하던 ‘우리 매직 적금’은 2.90%로 하락하며 2%대에 진입했다. 우리 국군사랑 적금(4.90%)을 제외하고 가장 금리가 높은 상품은 우리토마스 적금으로 1년만기 금리가 3.20%였다.

키위정기예금(1년제) 역시 확정형이 2.55%, 회전형이 2.45%로 소폭 하락했으며, 만기일시지급식 정기예금도 12개월 미만이 2.25%로 2%대 초반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지방은행을 제외한 은행권 가운데 1년 만기 금리가 가장 높은 예금 상품(13일 기준)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으로, 금리가 연 3.00%다. 이 상품 외에 금리가 3%를 넘는 예금은 없다.

적금 금리는 외환은행의 인터넷전용상품인 매일클릭적금이 연 4.30%로 가장 높았으나 나머지는 대부분 2% 후반과 3% 사이에 머물러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의 예·적금 이탈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7월과 10월, 한은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은행권의 수신고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통계상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월말 현재 573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000억원이 줄었다. 지난해 9월 전기대비 3조1000억원이 빠지며 감소하기 시작한 정기예금은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총 14조5000억원이 감소했다.

정기적금은 그나마 나은 편이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금은행의 3월말 정기적금 잔액은 33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 1조원 증가한 이후 11월 8000억원, 12월 7000억원, 올해 1월 6000억원 식으로 증가규모는 꾸준히 축소됐다.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세대들은 울상이다. 이자율 하락에 따라 들어오는 소득이 줄면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생겼다.

통계청 분류상 지난해 가구주 60세 이상의 이자·연금 등 재산소득은 연간 경상소득의 12.1%를 차지했다. 최근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경우 재산의 13.7%가 저축 등 금융자산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의 금융상품 선택 폭이 많이 좁아졌다"면서 "이자생활자들의 경우 대부분 자산이 예·적금, 부동산에 많이 몰려있는데 금리가 낮아지고 부동산도 불황이라 자금을 운용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