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 ‘바짝’ ...블랙아웃 조짐 ‘성큼’

2013-05-14 16:21
- 때아닌 무더위 전국 강타…원전 23기 중 14기만 정상 가동<br/>- 고리1호기, 월성1호기 가동여부도 여름 이전엔 힘들어…전력수급 초비상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예비전력은 이미 지난달부터 ‘준비 단계’를 넘나들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들의 잇딴 계획예방정비 돌입에도 불구하고 정상 가동되는 원전은 전체 23기 중 14기에 불과한 상태다.

추가로 원전 고장이나 사고가 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마저 배제못할 상황이다.

14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전체 발전 설비용량(8346만㎾) 가운데 무더위가 시작되는 7~8월에는 통상 전체 발전설비의 98% 가까이 풀가동된다.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 2010년 이후부터 매년 3~10%씩 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7650만kW까지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고장과 예방정비 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발전기는 스트레스 테스트(노후원전의 안전성 평가)를 진행중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등 총 9기에 달한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설비용량은 756만kW로 국내 원전 전체 총 설비용량(2081만kW)의 35.3%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가동 재개 여부는 올 여름 전력 성수기 전에 이뤄지기 힘들고, 울진 4호기도 빨라야 오는 8월 말에나 가동이 가능한 상황이라 자칫 전력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마치려면 착수 후 최소한 2개월은 걸린다”며 “지역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검증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름 이전에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힘들다”고 진단했다.

또한 밀양주민과의 갈등으로 신고리 3호기(140만㎾급) 가동 여부도 무기한 답보상태에 빠졌으며, 6월에는 원전 전체 중 30% 이상(731만㎾)이 예방정비 등으로 가동이 중지된다.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원전의 3분의1 가량이 올 여름 가동이 불투명한 셈이다. 자칫 올해 설비가동률이 지난해 수준인 94%에도 채 못미치고, 무더위로 인한 전력수요가 겹친다면 초유의 전력대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원전 고장도 이 같은 블랙아웃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원전 고장 건수는 9건으로 2010년 2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며 “안전 점검을 위해 원전이 장기간 정지되면서 원전의 가동률도 전년대비 5.44% 포인트나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22일 신월성 1호기가 상업운전 8개월만에 가동이 멈추면서 전력 경보 ‘준비’ 단계가 발령됐다. 전력 사용량이 많았던 오전 11시에는 예비전력이 360만kW까지 떨어지는 등 유례없는 전력수급 비상에 들어가기도 했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전력 위기 대응 매뉴얼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원전 등이 정비에 들어가도 예비전력에 문제없도록 점검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원전에 대한 경제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41%(2030년)로 설정했던 원전의 비중을 재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