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명인(名人)’이 말하는 달인이 된 비결은?

2013-05-14 15:12
현대중공업 명인 이귀영·이광윤·염두호씨<br/>제도 시행 10년, 1만5000여명 기술직 중 49명만 보유

현대중공업 명인. (왼쪽부터)이귀영 기원, 이광윤 기원, 염두호 기사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밤낮을 가리지 않는 ‘노력’과 작은 것도 그냥 넘기지 않는 ‘섬세함’,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

1만5000여명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생산기술직 사원중 최고의 기술자로 불리는 ‘명인(名人)’이 전하는 성공의 비결이다.

지난 2003년 시작된 명인 제도는 사내 자격검정을 통해 용접·배관·도장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췄음을 회사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기능인을 우대하는 제도다. 사내 최고 자격인 1급 자격을 취득한 후 최소 3년, 길게는 20년 넘게 실력을 쌓아온 베테랑으로,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49명만 선정됐다.

이귀영 기원(54·해양 공사3부)은 ‘용접’ 부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명인이다. 미국용접협회(AWS)로부터 장애조건 아래에서 45도로 경사진 파이프 2개를 맞대기로 용접하는 고난도 파이프용접 기술인 6GR 등 2개의 복합용접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8남매 가운데 차남이었던 이 기원은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18살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대 초반에는 중동 건설현장에 다녀온 뒤 198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노력하는 사람은 가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일했고, 업무시간 중 부족하다 싶은 점을 발견하면 퇴근시간에 홀로 남아 연습을 하며 기술을 키웠다고 한다. 덕분에 남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었고, 지난해 용접 명인 자격시험에 응시했다.

이 기원은 “세계 일류의 영광이 이어질 수 있도록 후배들을 부지런히 가르쳐 회사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윤 기원(40·의장1부)은 배관 전문가면서 다양한 의장설비들을 두루 섭렵한 만능 기술자다.

배관 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선박의 배관구조를 속속들이 알아야 하고, 독도(讀圖), 전기, 전자, 용접 등도 통달해야 한다. 이론시험과 실기평가에 이은 심층면접까지 시험도 까다로워 배관 명인은 현대중공업에도 단 2명 밖에 없다고 한다.

이 기원은 업무에 관련된 것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각종 기능장 시험을 준비하며 자기계발에 힘 2011년 현중기술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았다.

올해 명인의 꿈을 이룬 이 기원의 다음 목표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그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노력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배관 전문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염두호 기사(43·대조립5부)는 마킹사로 일을 하다가 용접으로 전업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18년간 도면을 보고 강판을 재단하는 업무를 해오던 염 기사는 5년 전 용접반장을 맡으며 도면관리와 자동용접을 겸하게 됐다.

용접이라고는 기술연수생 시절에 익힌 지식이 전부라 반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보다 궁금한 것을 묻는 일이 더 빈번했다. 염 기사는 용접 책임자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여가시간을 쪼개며 공부했고, 반장이 된 지 1년 만에 용접기능장을 취득했다. 배움의 즐거움을 맛본 그는 용접 관련 전문 자격증을 연이여 취득했으며, 지난해 현중기술대학(현 현중공과대학) 조선공학과에서 실무능력을 익혔다.

염 기사는 “인적이 드문 길에는 잡초가 무성한 법이다. 자신을 끊임없이 다듬어야 도태되지 않고, 수준급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기술을 연마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