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초저금리시대, 노후준비 페러다임이 바뀐다

2013-05-14 11:37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센터장


어느 틈엔가 은행권에서 3퍼센트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이젠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1퍼센트대로 고시하는 은행들마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초저금리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고령화와 저성장의 여파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초저금리 시대로 진입은 노후준비 방법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금리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은퇴자들이다. 고금리 시절과는 달리 저금리 시대의 금리 인하는 은퇴자들의 생활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 준다. 은행에 목돈을 맡기고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를 예로 들어보자.
 
연간 노후생활비로 2000만원을 쓴다고 하면, 금리가 10퍼센트일 때는 2억원만 있으면 원금은 건들이지 않고 이자만 갖고 생활할 수 있다. 이때 금리가 1퍼센트 떨어져 9퍼센트가 된다고 해도 추가로 약 2200만 원만 준비하면 된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이처럼 고금리 시절엔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동일한 이자 수익을 내기 추가로 필요한 원금은 그리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금리시대에는 사정이 다르다. 연간생활비로 2000만원을 마련하려면 금리가 5 퍼센트일 때는 4억원을 은행에 맡겨두면 되지만, 금리가 4 퍼센트일 때는 5억원, 3퍼센트일 때는 6억7000만원이 필요하고, 요즘같이 금리가 2 퍼센트로 급락하면 1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저금리 상황하에선 금리가 조금만 떨어져도 동일한 규모의 생활비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원금은 가파르게 증가하게 된다. 그만큼 은퇴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금리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은퇴자들의 투자방법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최근 은퇴자들이 ‘해외채권’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후자금을 주식에 투자하자니 불안하고, 그렇다고 정기예금에 맡겨두자니 이자가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이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적고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처럼 금리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사람들의 투자행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금리수준을 ‘금리 티핑포인트’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가 ‘3~4 퍼센트’구간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관찰된다. 본래 ‘티핑포인트’라는 말은 어떤 상황이 처음에는 미미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균형을 깨고 한 순간에 확산되는 극적인 상황을 일컫는다. 마치 물이 99℃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100℃에 도달하면 끓는 것과 같다.

재미있는 점은 저금리가 확산되면서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반해, 일의 가치는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계산 결과를 참조해 보면, 시중금리 10%일 때 연간 2000만원을 벌어들이는 사람은 2억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셈이지만, 금리가 2%일 때는 그 가치가 1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금리가 떨어질수록 일의 가치는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즉 저금리시대에는 자산관리도 중요하지만,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게끔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