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년만의 출근'… 쌍용차 김병모씨가 다시 찾은 웃음

2013-05-13 16:39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김병모(48) 쌍용자동차 도장2팀 기술선임이 이토록 기쁜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실로 4년만이다.

20여년을 매일 출근하던 길이었지만 모든게 새롭게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다시 얻게 된 행복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 선임은 지난 2009년, 18년 간 일했던 직장을 떠나야만했다.

김 선임은 4년전까지 쌍용차 평택공장 연구실 소속 신차제작팀 물류파트에서 일하다 2009년 쌍용차 옥쇄 파업 사태 이후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매일마다 '내일이면 복귀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회사 사정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고 가족을 위해 4년간 임시직을 전전하며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던 순간 쌍용차 판매가 늘어나며 회사 사정이 조금씩 나아져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2013년 5월 13일.

김 선임은 이날부터 그토록 원하던 공장 라인에 다시 투입이 됐다.

김 선임은 "다시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정규직이 됐다"며 "4년 만에 돌아온 공장 모습이 훨씬 깨끗하고 좋아보인다"고 빙그레 웃었다.

쌍용차는 김 선임처럼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460여명을 13일부로 현장 복귀시켰다.

쌍용차 판매가 늘어나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자 회사는 김 선임처럼 회사를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무급휴직자들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였다.

앞서 쌍용차 노사는 지난 1월 생산물량 증대와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무급휴직자 전원복직에 대한 합의를 시작했다.

이후 인원 재배치를 위한 근무형태 변경 노사합의를 진행, 지난 달 말 최종합의를 도출했다.

무급휴직자들은 장기간 휴직에 따른 조직융화를 위해 약 8주간의 복직 교육을 이수하고 각 현업에 배치된 이후 2주간의 품질 및 안전 추가교육 등 현장 적응 훈련을 마무리했다.

무급휴직자를 포함해 김씨처럼 복직되는 인원은 총 460여명으로 주·야간 2교대제가 도입되는 조립 3라인(차체·도장·물류 포함)에 330여명, 조립 1·2라인에 70여명, 창원공장 엔진 조립라인에 60여명이 배치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주간 연속 2교대에 비해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주야 2교대제를 시행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것은 생산량 증대와 판매 확대를 통해 반드시 조기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가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까지 현장의 인력 수요가 충분하지 못해 정비부문을 비롯해 일부 평택공장 복귀 인력 중 20여명의 여유인력은 한시적인 추가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며 추가 소요인력이 발생하는 대로 현장 배치가 이뤄질 계획이다.

주·야간 2교대제가 처음 시행되는 이날 찾아본 평택공장 조립 3라인은 시끄럽게 돌아가는 기계음과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로 인해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2교대가 시행되는 3라인에서는 ‘렉스턴W’, ‘코란도스포츠’, 수출용 ‘액티언’, ‘카이런’등 프레임 타입의 SUV를 생산하고 있었다.

기계보다 사람이 많은 조립라인 특성상 컨베이이어 벨트를 중심으로 양쪽에 직원들이 늘어서 각자 맡은 공정에 대한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특히 이 조립 3라인에서는 특이하게도 ‘고스톱’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고스톱 방식은 공정에 따라 생산을 하다 일부 작업자들의 속도가 늦어지면 잠시 라인을 멈추고 그 작업을 완료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다.

이 방식이 적용된 것은 3라인에 투입되는 복귀자들을 위한 배려다.

아무래도 손이 익숙치 않다보니 복귀자들로서는 마음이 급해질테고 이를 감안해 다른 작업자와 공장 자체에서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이렇다보니 효율성은 아직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3라인은 1시간에 22대가 생산가능했다. 하지만 복직자들을 위해 이를 16대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복직자들이 투입되면서 주·야간 2교대를 도입, 생산성 향상을 통해 지금까지 밀려 있던 대기 물량을 해소해 올해 판매 목표인 14만9300대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는 “주야 2교대제 시행은 조기 경영정상화에 대한 전 임직원의 강한 의지가 밑바탕이 된 것으로 생산 물량 확대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앞당기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