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맏형 삼성, 창조경제 실현에 1조5000억 지원

2013-05-13 18:28

아주경제 이재호·이혜림 기자= 삼성이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재계 리더답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부응하면서 국가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통 큰 지원에 나선 것이다.

삼성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창의적인 국가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고 올해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3000억원을 우선 출연하고 2017년까지 5년간 총 7500억원을 투입한다. 이후 개선사항을 보완해 2022년까지 추가로 7500억원을 출연할 방침이다. 재단은 오는 6월에 설립되며, 초대 이사장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최양희 교수가 선임됐다.

삼성이 지원하는 분야는 기초과학과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창의 과제 등 3대 미래기술이다. 오는 2017년까지를 1단계 추진 기간으로 설정하고 각 분야에 2500억원씩을 지원키로 했다.

지원대상 과제의 연구개발 추진 현황을 점검한 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과제에 대해서는 2022년까지 7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삼성이 재단을 설립키로 한 것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국가 산업기술 발전과 혁신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특히 투자의 개념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길영준 삼성종합기술원 부사장은 "출연하는 자금은 (회수하지 않고) 재단을 운영하는 데 모두 소진할 것"이라며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연구개발 성과물을 개발자가 소유하도록 하고, 과제 수행 기간과 예산·연구절차 등에 대해서도 개발자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키로 했다.

이번 창조경제 활성화 지원방안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자리에서 "삼성은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더 늘려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이번에 삼성이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히 제시했다는 것이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인력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지, 또 기술력 강화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며 "다른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