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골프에만 있는 특수한 것들

2013-05-13 15:33
김경수 문화체육부장겸 골프전문기자

아주경제=“세계 1위인데도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고요?”

얼마전 여자프로골퍼 박인비가 무적(無籍)이었다가 KB금융그룹을 스폰서로 맞이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 골퍼가 한 말이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박인비에게는 최근 2년동안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그래서 모자 정면에 골프장비를 후원하는 업체의 로고를 달았다. 박인비는 스폰서가 없는 설움을 떨치려는듯 지난해 미국·일본 골프투어에서 큰 활약을 했고 지난달 16일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세계 톱랭커가 된 후 지난달말 KB금융그룹과 손잡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 왜 벌어졌을까. 한국골프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가 주요인이다. 한국에서는 남자골프보다 여자골프가 더 인기있다. 그래서 올해 프로골프대회도 남자는 13개인 반면, 여자는 일본·미국에 버금가는 27개에 달한다. 골퍼나 스폰서들이 여자골프를 선호한 결과다. 박인비는, 이 시대의 많은 남성들이 원하는 스타일과는 좀 거리가 있다. 최나연 유소연 김자영 김하늘 등 그 또래의 프로골퍼들이 보란듯이 메인 스폰서의 로고를 달고 플레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안선주도 박인비와 비슷하다. 안선주는 2010년과 2011년 일본투어에서 상금왕에 올랐으나 메인 스폰서가 없다.

날씬하고 예쁜 여자골퍼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나치면 한국 남자골프의 저변을 갉아먹을 수 있다. 남자골프를 홀대하면 남자골프대회가 적어지고, 골프를 지망하는 남자선수들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샘솟듯 나타나는 여자골프 유망주와 달리, 남자골프는 선수들의 싹이 말라버릴 지도 모른다.

한국골프에만 존재하는 것은 또 있다. 과도한 세금이 그것이다. 회원제골프장은 일반사업장에 비해 종합부동산세는 4∼10배, 취득세는 5배, 재산세는 20배를 내고 있다. 골퍼들은 골프장에 갈 때마다 개별소비세 2만1120원을 낸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지에는 없는, 대한민국의 골퍼들만 부담하는 특별한 세금이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입장료(그린피)도 덩달아 올라간다. 회원권이 없는 사람이 라운드하려면 주중엔 15∼20만원, 주말엔 20∼25만원의 그린피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그린피에서 골퍼들이 직·간접으로 부담하는 세금만 7만5000원에 달한다. ‘세금반 입장료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프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세계 무대에서 개선되고 있는데도 정작 국내에서는 골프는 사치성 운동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스포츠로 남아있는 것이다.

한국골프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중 또하나는 골프선수나 그 부모가 골프에 ‘올인’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청소년 시절에 독서나 공부는 거의 못하고 스윙에만 매달린다. 건전한 인격을 가진 선수로 가는 길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꼴이다. 올해 마스터스 골프대회에 역대 최연소로 출전한 중국 골퍼 관톈랑(15)은 그래도 영어라도 열심히 공부한 듯했다. 미국 기자들과 영어로 인터뷰할 정도였다. 뉴질랜드 교포 고보경(16)도 프로를 능가하는 골프 기량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에 진학한 후 프로로 전향하겠다”고 말한다. 골프에 진력하기보다는 공부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골프는 세계골프의 한 축이 됐다.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2015년 프레지던츠컵(미국-인터내셔널 남자프로대항전)을 유치했고, 2016년 올림픽에서는 메달 후보국이다. 골프인구는 300만명선이고 골프장수는 500개에 근접했다. 기회가 주어지면 골프를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이 세계골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한국에만 있는 몇몇 특수성’을 없애야 한다. 정부와 골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