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소년시대'
2013-05-02 18:08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직장인 김창모씨(43)는 최근 신사정장 한 벌을 구매하려고 백화점 남성복 매장을 찾았다. 매번 같은 브랜드에 비슷한 색상의 정장을 고집하던 그에게 점원은 푸른색 계열의 재킷과 하얀 색상의 바지를 권유했다. 재킷에는 붉은 색상의 행커치프(손수건)도 달려 있었다.
다소 과감한 스타일에 김씨가 구매를 망설이자 매장 직원은 "요즘에는 중장년층도 다들 '젊은 오빠'처럼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한다"며 "'잘 어울릴까' 하는 마음에 머뭇거렸던 다른 고객들도 막상 화려한 색상의 바지를 입어본 뒤에는 만족하며 구매한다"고 말했다.
직장 남성들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아저씨 정장'이 달라지고 있다. 각 기업의 비즈니스 캐주얼 확대 추세와 꽃미남·꽃중년 열풍이 맞물리면서 멋내는 남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갤럭시는 올해 무채색이던 기본 남성 정장에 화이트·레드·블루 등 다양한 색상을 적용해 출시했다. 소재도 울·리넨 등을 사용해 편안하고 캐주얼한 느낌을 강조했다. 빨 질레리 브랜드도 일반 클래식 라인보다 가슴둘레가 3㎝ 슬림하게 디자인된 풀라인 비중을 30%가량 늘렸다.
이현정 갤럭시 디자이너실장은 "주중·주말 할 것 없이 활용 가능한 캐주얼 재킷이 인기를 끌면서 정장이지만 캐주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했다"며 "어깨 패드나 심지도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해 가볍고 몸에 잘 맞도록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인디안 역시 무채색 일색이던 정장 바지에 빨강·노랑·파랑 등 화려한 색상을 적용했다. 주름 없이 몸매를 강조하는 노턱팬츠 물량도 전체의 20% 수준으로 늘렸다.
세정 관계자는 "기업들이 직장 내 복장 규율을 완화하면서 올해에는 봄·여름 시즌 반바지 물량을 17%, 활동성이 좋은 짧은 길이의 남성 사파리 재킷 물량을 전년보다 3배 이상 늘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노영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불황이 길어지면서 클래식한 정장 한 벌에 셔츠와 타이 등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