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자생적 개인 테러 주의보
2013-04-21 18:11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계기로 젊은 세대의 개별적인 테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차르나예프 형제가 체첸계 러시아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이민자 수용에 대한 제도와 법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주목되는 이유는 SNS를 비롯해 신기술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단은 무궁무진하지만, 반대로 인간적인 접촉이 줄어들면서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의사표현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 할 수 있는 외로움의 크기가 더욱 크고, 그에 따른 상실감과 사회적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스턴 사건 이후 미국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항은 카피캣(cobycat, 남의 행동이나 사물을 똑같이 복사하거나 따라하는 사람)을 주의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설움을 폭력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07년 8월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일어난 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도 다르지 않다.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미국 영주권자였던 20대 초반 한인 학생이 일으킨 사건으로서 당시 이곳 한인 사회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에까지도 큰 충격을 줬었다. 이 학생은 32명을 살육하고 결국 자신도 목숨을 끊었지만, 범행 직전 방송국에 자신을 알리는 비디오물을 보내 더욱 충격을 줬었다. 참혹한 테러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마지막은 죽음으로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2005년 7월 영국 런던 지하철과 2층 버스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태러에서도 있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네 명의 젊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는 자살 테러 방식으로 무려 52명의 사망자와 7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낳게 했다. 이들은 보스턴 테러 용의자들이 만들어 경찰을 공격했던 것과 유사한 사제 파이프 폭탄을 테러에 이용했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를 목적으로 잠입하는 해외 폭력 조직을 막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테러는 모두 용의자나 주범이 적어도 미국에서 자랐거나 장기적으로 거주했던 사람들인 범죄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 차르나예프 형제도 10년 안팎을 미국에서 거주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폭탄 만들기’라고 검색하면 수도 없이 웹사이트가 나온다고 한다. 손쉽게 가게에서 얻을 수 있는 설탕, 질소 등의 재료를 이용해 사제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알카에다가 이를 이용해 집에서 폭탄을 만들자고 선전했을까.
게다가 이슬람 테러 조직을 비롯해 각종 테러 집단들은 모두 유·무선의 홍보 수단을 갖고 있다. ‘악마적인 미국의 행동’이라고 검색하면 수도 없이 미국의 잘못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중에는 객관적인 분석이나 사실적 근거가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이러한 거짓이 소외되고 철없는 젊은 개인들을 테러를 수단으로 의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이슬람 테러리스트 애담 야히에 가단은 지난 2004년 이후 여러가지 알카에다 반미 테러 선동 비디오에 나오고 있고,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태어나 2006년 소말리아로 건너가 알카에다 조직원이 된 오마 하마니 등은 유명한 예다.
이민자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을 무참히 총기로 살해한 애담 랜자 역시 20대 초반으로 사회와 동떨어진 외로운 개인이었다.
최근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이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이 아니라 미국 내 개인들이 할 수 있는 폭력과 테러가 더 우려된다고 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