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시장 사이클 무용지물…버티고 보자”
2013-04-18 15:25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글로벌 경기지표의 펀더멘털(기초)로 통용되는 해운업계 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사이클로 변화하면서 국내 해운사들이 몸을 극도로 움츠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시황지수를 나타내는 BDI(발틱운임지수)가 지난 9일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5일 하락세로 돌아선지 불과 보름도 되지 않은 반전이다.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시황은 통상 세계적으로 곡물이 출하되는 2분기와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석탄 등의 연료가 운반되는 4분기를 성수기로 꼽지만 최근 BDI의 추세를 보면 이러한 시장 사이클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컨테이너선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상하이항운교역소가 발표하는 컨테이너선 지수인 CCFI는 지난 16일 한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CCFI는 지난해 중순이후 꾸준히 하락하다 올해 초 상승 국면으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한 달 여 시간을 두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를 비롯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이 이달로 예정됐던 컨테이너선 추가 운임인상을 내달로 연기한 것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해운시장에 투기성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해운업계 시황의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며 “물동량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장기으로 경영 계획을 짜는 유럽이나 중국의 일부 초대형 해운선사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해운사들은 시장의 변동에 따라 그 때 그 때 맞춰 쫒아가기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해운선사들은 이 같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유동성 확보에 ‘올인’ 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는 한편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현대상선은 올해 초 VLCC대형원유운반선을 2100만 달러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고, 한진해운도 지난 2월 4000TEU급 파나막스 컨테이너선 1척을 그리스 선사에 2200만달러에 넘겼다. STX팬오션 역시 LNG선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부와 함께 다시 새롭게 출범한 해양수산부도 해운선사에 유동성 공급을 돕고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전날 ‘동북아43호’, ‘하이골드오션12호’, ‘하이골드오션13호’ 등의 선박펀드를 인가했다.
해수부는 이들 펀드를 통해 현대상선과 STX팬오션 등에 각각 660억원, 320억원의 자금을 공급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해운사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대응에만 머물러있을 경우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세계 선복량에서 글로벌 상위 3개사(머스크, MSC, 에버그린)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7%에서 2013년 44%로 확대됐다”며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상위 소수를 제외한 선사들의 도태를 불러올 수 있다. 국내 선사들은 단순한 물동량, 운임 등 해운업 사이클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아닌, 회사의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능동적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