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봉착한 밴업계…"3분의1 문 닫을수도"

2013-04-15 15:45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결제 승인을 대행하는 밴(VAN)사의 업무를 축소함에 따라 이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밴업계의 수수료 인하까지 검토하고 있어, 밴사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오는 16일 KB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신용판매내역 매입청구대행 서비스 이용계약’의 일방적 해지에 따른 항의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오는 22일부터 밴사의 카드 결제 매입 대행을 전격 중단하고, 해당 업무를 직접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신용판매내역 전자매입방식 변경 안내’ 공문을 각 밴사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맹점이 신용판매내역을 밴사에 전송 후 카드사로 매입하던 방식을 없애고, 이 내역을 카드사가 직접 매입한다는 내용이다.

밴사는 신용카드사를 대신해 가맹점 모집과 카드 단말기 관리, 카드 승인 및 전표관리 등의 업무를 맡아 왔다.

이 때문에 고객이 카드로 결제할 때는 승인이나 전표관리 등에 필요한 밴 비용이 들어간다. 건당 결제액은 80~150원가량이다.

이 매입 업무는 밴사 매출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카드사가 이를 직접 처리할 경우 밴사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관계자는 “밴사도 작지만 엄연한 회사이고 기본 사업 계획이라는 것이 있다”며 “불과 한두 달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해 따르라 하는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KB국민카드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카드는 “밴사의 업무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진행했던 데이터 매입부분을 확대해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늘려야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최근 각 업계와 함께 밴사의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중소가맹점이 밴사로 인해 대형가맹점보다 비싼 수수료를 물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밴사의 몰락이 카드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밴사가 가맹점에 부과했던 리베이트 관행이 없어진다면 가맹점 수수료가 더욱 인하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를 이유로 밴사의 수수료 자체를 인하한다면, 밴사의 수익 자체가 악화돼 현재 영업중인 3분의 1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밴사는 전표 매입 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전산 오류 시에도 가맹점의 결제 대행 업무를 맡고 있다”며 “밴사가 당장 업무를 축소하게 된다면 전산 사고 시 카드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