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도자'에 건 개혁기대 핵실험·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날아가
2013-04-11 23:02
김정은 북한 최고 지도자 1년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연일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위협으로 한반도 리스크가 최고조로 오른 1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3대 세습체제를 완성한지 꼭 1년이 됐다.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직후 군 최고사령관에 오르면서 북한의 향후 행보에 기대를 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 기대감은 절망감으로 변했다.
김정은이 강경 일변도의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은 '국정운영의 리더십 부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절망 속 1년
1년 전 김정은이 취임할 당시, 그가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는 경력과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가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합류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기대감이 있었다.
김정은의 첫 출발은 그렇게 '변화'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키마우스 캐릭터와 영화 '록키'의 주제곡이 등장하는 공연을 관람하는가 하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개활동에 나서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1년 만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가 수년간에 걸쳐 도발과 협상을 반복했던 것과 달리 불과 1년 사이에 핵실험과 두 차례 장거리로켓 발사를 감행하는 등 협박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유엔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중단했으며, 유일한 우방이자 혈맹인 중국마저 등을 돌리려 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11일 김정은에게 "정세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국정운영의 리더십 부재
북한이 이렇듯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몇 개월째 강경 일변도의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은 '국정운영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은 장거리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정전협정 백지화, 개성공단 가동 잠정중단, '1호 전투근무태세' 지시, 평양 주재 각국 대사관의 철수 요구, 중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준비 등 쉴새 없이 강경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단 현재의 잇따른 강경조치는 북한 군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른바 '선군정치'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한 군부가 김정은 체제에서는 사실상 대외정책의 주도권을 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도 집권기간 벼랑 끝 전술에 기반한 강경정책을 펴곤 했지만 군부와 각 부처의 역할을 자신의 의도대로 조정하며 국면을 조절해왔다.
군부와 노동당을 완전히 장악했던 김정일은 대외정책은 외무성, 남북관계는 통일전선부, 군사문제는 군부에 각기 주도권을 주면서도 자신의 최종 결정권을 바탕으로 중요 사안에서 군부의 강경 주장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정치적 경륜과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에게는 군부의 강공 드라이브를 제어할 인물이나 세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국정 전반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도 상대적으로 군부에 대한 장악력이 미약한 데다, 장거리로켓 발사의 성공으로 입김이 세진 군부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성공단도 김정일 위원장이 군부의 반발을 물리치고 공단을 조성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북한 내 지도부가 군부의 결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이런 군부 강경 행보의 선두에는 군 서열상 김정은 제1위원장에 이어 2인자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