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양적완화, 시장을 강타할 거대한 망치"
2013-04-09 16:58
벤 버냉키, 3차 양적완화 유지 가능성 시사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연준의 양적완화는 시장을 강타할 거대하고 둔탁한 망치다”
대형 사모펀드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에 대해 이같이 쓴소리를 냈다. 라이더 CIO는 “연준 정책이 실질적으로 전반적인 경제의 자본 분배 결정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이는 시장을 타격하는 둔탁하지만 거대한 망치와 같다”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전했다.
연준은 매달 850억 달러의 미국 국채와 모기지(주택대출담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라이더 CIO는 연준이 매달 채권매입 규모를 400억~ 450억 달러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은 미국 경제가 충분한 기반을 다지면 채권매입을 줄이겠다고 언급했다. 라이더는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FT는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고객에게 장기 채권보다 금리 인상에 덜 민감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권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적완화에 대한 월가의 지지가 선회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더 CIO는 “시장 왜곡 때문에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정상보다 약 1% 낮은 것”이라며 “금리가 정상화되면 채권 투자자 손실이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 회복의 길이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금 미국 경제는 4년 전보다 훨씬 튼튼해졌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할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며 실업률이 7.6%로 여전히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그는 "FOMC 이사 대부분 채권 매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상당히 기여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연준이 몇차례 경기 회복세를 근거로 완화 기조를 늦췄다가 성장이 둔화된 일을 상기시키며 이전의 오판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양적완화를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지난달 실업률이 7.6%로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신규 일자리는 8만 8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앞서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장과 에릭 로젠버그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장도 연준이 연말까지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UBS 증권의 드루 매터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출구 전략에 다소 겁을 먹게 됐다”며 “이런 오판을 올 여름에 4번째로 반복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