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A편의점 점주는 한 달 500만원 최저보장이라는 본사의 말만 믿고 편의점을 오픈했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2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지만 주변의 중복출점과 매출 급감은 큰 타격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 비용도 지급할 형편이 되지 않아 가족이 매달렸지만 적자 운영 폭은 커져만 갔다. 점점 쌓여가는 빚에 결국 폐업을 결심했지만 본사와의 계약위반에 걸려 위약금 빚더미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B편의점 점주는 새벽 타임의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해 24시간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오전 3~4시까지 죽도록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건강 이상과 한 달 150만원 남짓의 순이익뿐. 하지만 본사는 24시간 의무 영업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며 계약해지를 예고했다. 점주는 “주변 3~4곳에 달하는 경쟁 편의점들이 속속 입점하면서 매출은 더욱 급감했다”며 “적자 운영에 시달리는 편의점을 접고 싶어도 수천만원의 위약금 때문에 24시간 노예 노동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편의점본부와 가맹점주간 폐업 등에 따른 중도해지 위약금 수준이 높다고 판단, 이달 중으로 최대 40% 인하된 위약금을 적용키로 했다. 또 가맹 계약 시 기존 가맹점에서 25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 내용을 계약서상 명시키로 했다.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 인하는 비지에프리테일(CU·옛 보광훼미리마트)·GS리테일·코리아세븐·바이더웨이·한국미니스톱 등 5개 가맹본부가 협의했다. 이달 중 신규 계약 외에도 기존 가맹점들의 계약 체결에 적용될 예정이다.

중도해지 시 위약금은 통상 5년 계약 유형으로 10개월치 로열티를 받아왔다. 가맹점주는 순수익에서 로열티를 비롯한 운영비 등을 편의점 본사에 내야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가맹점주의 몫이다.

예컨대 편의점 월매출 3000만원인 가맹점의 경우 1개월치 로열티는 약 290만원이다. 중도해지 시 물어야할 위약금은 2900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공정위는 편의점 중도해지와 관련한 가맹점주들의 부담완화를 위해 6개월치 로열티인 1740만원만 위약금을 물도록 변경했다.

잔여계약기간이 3년에서 1년일 경우에는 위약금 수준이 4개월치 로열티로 완화된다. 1년 미만은 2개월치 로열티가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마련된 모범거래기준의 ‘250m이내 신규출점 금지’도 가맹계약서에 명시될 예정이다. 다만 왕복 8차선 이상 도로, 대학 등 특수상권 내 입점을 포함한 5가지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특히 편의점 가맹본부는 예상매출액 자료를 서면 제공해야한다. 가맹본부는 가맹희망자에게 예상매출액 및 그 산출근거 등이 포함된 상권분석을 서면 제공토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24시간 영업, 불투명한 담배장려금 정산, 일일송금의무 위반 시 과도한 위약금 등의 검토에 착수했으며 상반기 개선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동원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계약서 및 정보공개서 변경 안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5개 편의점 가맹본부는 신규 가맹점(기존 가맹점 포함) 모집 시 변경된 계약서를 사용할 예정”이라며 “또 모범거래기준 내용이 가맹계약서 및 정보공개서에 반영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지켜질 것으로 기대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