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금융권 지배구조 개편 '스타트'
2013-04-07 07:00
신제윤 금융위원장 |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취임에 이어 산은금융지주 회장까지 교체되면서 다른 금융지주사는 물론이고 금융권 전반에 걸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조만간 금융지주사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고,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 방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산은지주 회장 교체…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금융당국은 산은지주 신임 회장을 내정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금융위는 지난 4일 홍기택 중앙대학교 교수를 산은지주 회장으로 청와대에 임명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산은지주 회장은 금융위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젠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거취가 관심사다. 신 금융위원장이 간접적으로 이들에게 용퇴를 권하고 있을 정도.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영화 의지와 철학을 같이 할 수 있는 분이 우리금융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일부 금융권 수장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됐었지만, 퇴진 압박의 수위가 생각보다 높은 상황이다. 중요한 점은 박근혜정부와 금융당국이 과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느냐다.
이미 홍 교수가 산은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친박 인사'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이며, 현 정부의 정책을 입안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가미래연구원에도 참여했었다.
박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교수 출신이 금융지주사 회장에 적합하냐는 논란도 있다. 그러나 홍 교수의 산은지주 행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친박 인사들이 금융권 곳곳에 배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조만간 TF 발족…금융사 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인적 개편이 일단락되면 금융권 전반에 대한 선진화 작업이 속속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선진화 TF는 이번 주 중 출범할 것으로 보이며, 다음달 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신 위원장은 "개혁적인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초빙하고 금융위, 금감원, 업계, 학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TF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TF는 △금융사 지배구조의 현황 및 문제점 △후계구도 등 최고경영자 관련 리스크 축소방안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의 책임성과 전문성 제고 방안 △본인 및 대리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기관투자자 등 주주의 역할 모색 △대주주가 존재하는 경우 대주주에 대한 견제기능 강화 문제 등을 논의하게 된다.
또 금융위는 전 업권 지배구조를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국회통과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책금융기관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금융당국은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TF 구성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산은지주 회장 임명에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인데 앞으로 이어질 금융권 인적 쇄신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사외이사 제도의 투명성 및 독립성 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분위기가 뒤숭숭한 게 사실"이라며 "아무쪼록 금융인들이 납득할 만한 방향으로 선진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