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금융자동화기기(ATM) 구매입찰가격 짬짜미로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노틸러스효성이 공과금수납기 투찰가격 등을 사전 합의한 행위로 또 다시 적발됐다. 노틸러스효성과 함께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 등 모의한 KCT도 덜미가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리금융그룹(우리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이 발주한 공과금수납기 구매입찰에서 투찰가격을 사전 짬짜미한 노틸러스 효성·KCT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5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9일 밝혔다.

공과금수납기는 고객이 직접 전기세·수도세·아파트관리비 등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한 자동화 기기다.

노틸러스효성·KCT는 지난 2007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공과금수납기 구매입찰 4건과 관련해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합의 과정에서 노틸러스 효성은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을, KCT는 광주은행을 각각 수주키로 정했다. 실제 입찰과정에서는 낙찰예정자가 자신의 투찰가격을 상대방(들러리)에게 알려주고 들러리 업체가 조금 더 높은 가격을 투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 두 업체가 고의로 유찰시키는 등 공과금수납기 가격을 높여왔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특히 노틸러스 효성의 경우는 지난해 4월 LG엔시스, 청호컴넷 등과 함께 ATM 담합을 저질러 총 170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당시 LG엔시스는 1순위 자진 신고자로 인정받아 과징금 전액을 면제 받고 노틸러스효성은 2순위 신고자로 70%가 감면돼 51억3000만원을 받았으나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 패소했다.

김재신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이번 조치로 공과금수납기 입찰시장에서 담합이 근절돼 금융기관의 피해 예방 및 사업자간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각 분야의 담합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노틸러스효성은 대법원에 최종 판단을 묻기 위해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