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정부가 던진 돌에 영세주유소 고사위기
2013-03-10 19:53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기자는 예전에 서비스가 좋은 주유소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단순히 주유만 하는 것 같아도 주유소는 의외로 차별화된 서비스 수단이 많다. 대표적인 게 생수나 화장지 등 사은품 제공과 세차 서비스다. 그러나 모든 서비스의 기본은 단연 주유원의 친절이다.
인건비 부담이 큰 주유소는 아르바이트 비중이 높지만 서비스를 중시하는 주유소일수록 직원들을 많이 채용한다. 직원들의 책임감이 인적서비스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 주유소가 직원 복지도 좋고 안정된 직장의 비전도 제공한다.
실제 취재한 주유소 중 주유원으로 시작해 착실히 일을 배워 소장이나 사장이 된 사례도 있었다. 그런 주유소는 하나의 중소기업으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자부심도 컸다.
"손님이 저의 친절에 기뻐하면 뿌듯합니다. 착실히 일을 배워 나중엔 소장이 되고 싶어요." 우수 주유원들의 희망은 한결같았다. 한겨울 차가운 주유기를 만지면서도 손님 앞에선 미소를 잃지 않던 모습이 깊은 인상을 줬다. 그 주유원들은 지금도 일을 하고 있을까? 답은 회의적이다. 요즘은 그런 주유소가 생존하기 힘든 시장이다.
고유가로 알뜰주유소, 대형마트 주유소 등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주유소들이 늘고 있다. 자영주유소가 버티려면 인건비를 줄여 기름값을 낮춰야 한다. 아예 직원이 없는 셀프주유소도 늘고 있다.
그나마 셀프주유소는 자본이 많아야 할 수 있다. 영세 주유소는 경쟁이 어려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주유소가 가출 청소년이나 저소득 가정 자녀들에게 생계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폐업에 따른 피해는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
정부는 기름값 평균이 ℓ당 2000원을 넘으면 알뜰주유소에 1800원의 저가 기름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저가 기름을 공급한 정유사의 직영주유소만 버티고 영세 자영주유소는 죽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던 정부가 오히려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