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샤프 구하기' 알고보니 이런 절박함이?

2013-03-08 08:22
'삼성전자, 샤프 구하기' 알고보니 이런 절박함이?

삼성전자의 일본 샤프에 대한 지분투자가 차세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양산을 앞당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형 TV 생산에 필요한 LCD 패널의 원활한 공급이 표면적인 이유로 알려졌으나,대형 올레드 패널 양산에 필수인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Oxide TFT)' 기술 확보가 더욱 중요한 투자의 동기라는 것이다.

샤프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산화물 TFT 분야의 선두주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 아시아지역 LCD분석 담당관인 데이빗 쉬에 부사장은 지난 6일 디스플레이서치 블로그에 올린 '삼성과 샤프의 제휴'에 대한 분석글을 통해 "삼성이 올레드TV 개발에 샤프의 산화물TFT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중국의 자체 LCD 생산설비 투자를 줄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며 "LCD 신규 생산라인 확대보다 올레드TV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올레드TV 경쟁서 뒤처진 삼성 = 얼마 전까지 대형 올레드TV 양산을 놓고 LG
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삼성전자는, 올해 초 LG전자가 독자적인 기술
로 55인치 올레드TV를 출시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다.

양사는 지난해 초 55인치 올레드TV 시제품을 나란히 선보였다.

삼성은 한때 제품 양산 시기를 두고 촌각을 다퉜으나, LG전자가 앞서가기 시작
한 지 2개월이 지났으나 아직 제품 출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7천억원 이상을 들여 대형 올레드 패널 신규 생산
라인을 확충하는 투자계획까지 발표한 상태다.

7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로서는 차세대 TV시장의 승패를 좌우할 올레드TV 경쟁에서의 패배가 설령 일시적이라 해도 뼈아픈 일이다.

올레드는 기존 LCD의 액정과 달리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고 반응속도도 1천 배 이상 빨라 화질이 뛰어난 데다 광원(백라이트)이 필요 없어 두께가 얇고 전력효율이 좋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고도 선뜻 양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생산공정상의 기술적 난제 때문이다.

◇ 올레드 제조공식 'WRGB+산화물TFT' = '꿈의 TV'로 불리는 올레드TV를 제조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나는 빛을 내는 유기발광물질을 유리기판에 증착하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구동하기 위한 회로소자인 TFT 제조 기술이다.

LG는 적색·녹색·청색의 빛을 내는 유기발광물질에 흰색을 추가한 'WRGB' 방식 증착과 '산화물TFT'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대형 올레드 TV 양
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WRGB+산화물TFT' 방식은 대형 올레드 TV 제조 공식으로 굳어져가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미국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56인치 올레드TV 시제품을 선보이며 LG와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도 LG와 같은 'WRGB+산화물 TFT' 방식을 택했다.

이에 반해 삼성은 TV용 대형 올레드 패널을 만드는 데, 소형 패널에 적합한 'RG
B' 방식과 '저온폴리실리콘(LTPS) TFT' 기술을 고수하고 있다.

'RGB+LTPS TFT' 방식은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대형 패널 생산에 적합하지 않아 수율(생산효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도 머지 않아 LG와 같은 'WRGB+산화물TFT' 방식으로 갈아탈 것으로 보고 있다.

◇ 기술 확보시 올레드TV 양산 속도 = 삼성도 대형 올레드TV 제조 방식 변경 가
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WRGB 방식 증착 기술과 산화물TFT 제조 기술을 서둘러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삼성도 자체적으로 WRGB와 산화물TFT 기술 개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품 양산에 필요한 수준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외부에서
기술을 제공받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샤프에 대한 투자 동기로 '산화물TFT' 기술 확보를 꼽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과 샤프의 제휴에 기술협약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삼성이 실제로 샤프로부터 산화물TFT 기술을 제공받는다면 올레드TV 양산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지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샤프와의 기술 제휴를 통
해 산화물TFT에 대한 노하우를 일부 전수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산화물TFT 기술이 안정화되면 대형 올레드 설비 투자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