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에 올랐다. 수 십년만에 자원의 지정학적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 일일 598만 배럴로 떨어졌다. 이는 1992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반면 중국의 수입량은 일일 612만 배럴로 늘어났다.

미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의 자리를 지켰다. 미국은 사우디아리비아 이라크 등 에너지 부유국과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에너지 최대시장으로 주름잡았다. 호르무츠 해협 등 중동의 주요 요충지에 대한 개입도 최대 원유 수입국이란 명분 하에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이 최대 에너지 수입국의 바톤을 넘겨 받으며 세계 주요 항로의 순찰대 역할도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중국은 수단·앙골라·이라크 등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해 왔다.

FT는 미국이 셰일가스 등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독립이 강해지면서 주요 항로에 대한 개입도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미 해군은 올해 호르무츠 해협을 순찰하는 군용기 수를 줄일 계획이다.

미국의 국내 원유 생산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원유 수입의 필요성도 감소했다. 미국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일일 80만 배럴 이상으로 급등했다. 엑슨모빌 등 미국의 주요 정제사들은 라틴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등에 석유 디젤 등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최대 수준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간 순위 교체는 신흥국이 산업화된 국가보다 원유 등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회원국가들은 올해 2분기 OECD 회원국들(4470배럴)보다 많은 하루 4490만배럴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대 수입국이지만 중국이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원유 수입량은 20년래 최저치인 일일 714만 배럴이며 중국은 572만배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