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F1 기술의 산실, 비리샤티용 센터를 가다

2013-03-03 18:00

1만m²규모의 르노 스포츠 F1센터는 F1 월드 챔피언십 경주에 필요한 엔진을 설계, 테스트, 최적화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파리(프랑스)아주경제 윤태구 기자=지난해 11월 26일 브라질 상파울루 그랑프리를 끝으로 2012 FIA 포뮬러 원(F1) 월드 챔피언십 대회가 9개월간의 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드라이버 부문 최종 우승은 레드불 레이싱 팀의 세바스찬 베텔(25, 독일) 선수가 차지하면서 베텔은 2010, 2011년에 이어 3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하며 다시 한번 세계 최고의 포뮬러 원 드라이버임을 증명했다.

베텔의 우승과 함께 소속팀인 레드불 레이싱팀 또한 컨스트럭터 부분에서 3년 연속 1위를 달성하면서 그 우승에 큰 역할을 한 르노의 엔진은 단연 화제가 됐다.

자동차 기술의 집합체인 F1에서 엔진은 1000도가 넘는 고열과 엄청난 압력을 견디며 최고 시속 350km에 이르는 차량의 속도를 내 수 있게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자 하이테크놀로지 기술 그 자체다.

현재 F1 엔진을 공급하는 자동차회사는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페라리, 코스워스 등 4개 업체.

이들 업체에 자신들이 공급한 엔진을 달고 달리는 팀의 순위는 월드컵 우승을 누가 차지했는지 만큼이나 대단한 관심사다.


◇ F1 심장을 만드는 곳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 달리면 노란색 입간판과 함께 르노의 유명한 마름모 모양 로고가 그려진 한 건물이 보인다.

한적해 보이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1만m²규모의 이 곳은 바로 세계적인 엔진 기술력을 자랑하는 르노의 F1엔진이 만들어지는 ‘르노스포츠F1센터’다.

이 곳에서는 F1 월드 챔피언십 경주에 필요한 엔진을 설계하는 것을 비롯해 엔진조립·작동테스트·전자·경주운영·마케팅 커뮤니케이션·행정 등 총 여섯 개 부서 250명의 핵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한 대에 100억 원을 호가하는 FI 차량의 심장을 만드는 이곳의 인력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F1에서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함과 동시에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 스포츠 F1 설계 담당은 여러 부서로 나뉘어져 있다.

각 팀은 엔진 분야 별로 직접 담당하는 업무가 나뉘어져 있으나 모든 업무는 부서 간 협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업무 방식을 바탕으로 르노 그룹은 경쟁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동력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설계담당 부서에서는 RS27 8기통 엔진의 성능 및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직원은 새로운 엔진규정이 시행되는 내년에 공개될 예정인 6기통 1.6리터 터보엔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1만m²규모의 르노 스포츠 F1센터는 F1 월드 챔피언십 경주에 필요한 엔진을 설계, 테스트, 최적화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 르노 F1 엔진의 탄생 과정

하나의 르노 F1 엔진을 설계하는 데는 대략 18개월이 소요된다.

이중 마지막 6개월간은 동력테스트기기를 활용하여 엔진을 테스트하고 최적화 작업을 실시한다.

경주운영 부서는 설계담당과의 협업을 통해 구동장치의 최종 연결부문의 디자인과 차체 설치를 담당하고 있다.

일곱 명의 기술담당직원으로 구성된 팀에서는 현재 계약을 맺고 있는 레드불팀과 로터스팀, 캐터햄팀을 담당하고 있으며 다른 여섯 명의 직원은 F1에서 KERS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윌리엄스팀을 담당하고 있다.

엔진조립부서에서는 설계담당과 긴밀히 협조하여 30여명의 기술자들이 새롭게 설계된 부품을 처음 제작된 엔진 모형에 적용하여 동력테스트기기를 사용하여 엔진을 테스트한다.

동력테스트기기를 통해 모든 부품의 성능 확인이 완료되면 해당 팀에서는 해당 엔진의 사양서를 작성하여 르노의 협력사인 메가크롬사에 외주제작을 의뢰하게 된다.

특히 이곳에서는 10개의 실험실 및 동력테스트기기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완성된 엔진이나 특정 엔진부품의 성능 및 신뢰도를 점검하고 있다. 현재 네 가지 종류의 동력테스트기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엔진성능을 점검할 수 있다.

매주 시험일정을 면밀하게 계획하여 보통 매주 4.5일 동안 매일 12시간씩 실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경주가 있는 시기에는 전세계 F1 경기가 열리는 경주트랙 데이터를 미리 동력테스트기기에 입력하여 엔진을 해당 조건에 맞게 구동시켜보기도 한다.

경주가 있기 전에는 내구성시험을 실시하여 엔진의 신뢰도를 점검한다. 이 때 각 엔진을 약 3000km까지 가동시키게 된다. 스파 서킷이나 몬차 서킷과 같이 난이도가 높은 트랙은 최대 엔진 가동치에서 약 70% 수준으로 엔진구동을 설정하여 시험을 실시하기도 한다.

1만m²규모의 르노 스포츠 F1센터는 F1 월드 챔피언십 경주에 필요한 엔진을 설계, 테스트, 최적화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 홍보효과는?

F1 엔진의 개발비는 많게는 무려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르노가 F1 엔진을 개발하면서 얻게되는 홍보 효과에도 관심이 생긴다.

르노스포츠 F1 센터의 홍보 책임자인 나탈리 피앙세트는 “르노가 엔진을 공급한 팀이 F1에서 우승할 경우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영광의 타이틀을 얻게된다”며 “돈으로 따지기는 어렵지만 F1 엔진을 공급한다는 자체가 곧 기술력을 인정받는 증거로 여겨지기 때문에 향후 양산차에 까지 기술력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르노가 F1 엔진을 만들면서 얻게되는 이점은 비단 홍보 효과만이 아니다.

르노의 최첨단 포뮬러 원 엔진 기술로 얻은 노하우의 일부를 양산 중인 차량의 엔진 개발에도 함께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에 탑재되는 엔진 역시 포뮬러 원으로 엔진 기술을 입증 받은 르노 기술과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된 ‘VQ 엔진’의 닛산 기술이 결합된 엔진으로 양사의 최고 기술력의 종합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뉴 SM5 플래티넘에 탑재된 M4R 엔진은 르노와 닛산이 공동 개발한 엔진으로 클리오, 라구나, 메간 같은 주력 모델에도 탑재되어 뛰어난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