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민주화 재부상에 재계 '긴장'…"경쟁력 약화 수단 돼선 곤란"

2013-02-26 15:53
中企·영세상권 살리기 적극 협력, 각종 기업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아주경제 이재호 이재영 박재홍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강조하고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이 활동을 재개하는 등 대선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재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과 영세상권을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논의가 자칫 반기업 정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다시 부는 경제민주화 바람

26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서 제외되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한 듯 보였던 경제민주화 어젠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취임식에서 경제민주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며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즉각 화답하고 나섰다. 남경필 의원과 홍일표 의원 등 새누리당 경실모 소속 의원 20여명은 이날 국회에서 첫 공식 모임을 갖고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남 의원은 “박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특별한 약속을 해 국민들의 기대가 커졌다”며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도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개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전하며 상반기 중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변재일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민주화가 국정과제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 나오지 않아 당혹스러웠다”며 “취임식에서 밝힌 내용대로 가급적 6월 이전에 법과 제도가 완비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 재계 “예상된 수순, 성장 걸림돌 되지 말아야”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개된 데 대해 재계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를 다시 언급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며 “그동안 경제민주화 논의가 뜸했지만 국민들 마음 속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정책 의지에 호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은 경제민주화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하고 경제민주화 실행을 위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며 “재벌규제 완화 등 대기업 입장만 대변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영세상권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 방안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기업경영현장에서 이같은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본다”며 “경제민주화가 서로 이득이 되는 포지티브섬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재계에서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입장과는 달리 재계 내부에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한 재계 인사는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며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성장에 걸림돌이 돼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속도 조절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날 논평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 육성 등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와 세제, 노동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