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13위 쌍용건설도 좌초?…한국 건설업계 부도 '공포'

2013-02-25 15:15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한국 건설계가 부도 '공포'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3위의 기업인 쌍용건설조차 워크아웃 졸업 8년만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할 위기에 맞닥들였기 때문이다.

만약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을 다시 신청하면 상위 20위권 이내 구조조정 기업으론 금호산업(16위)에 이어서 두 번째다.

건설업계 사람들은 쌍용건설의 몰락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중대형 건설사 중에도 이런 위기를 더 맞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실제 금융가에는 7~8개 중견업체가 '위기의 기업'으로 분류돼 있어 건설계의 공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연이은 적자…증시퇴출·자본잠식 예상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워크아웃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쌍용건설은 주택경기의 침체로 지난 2년 연속 적자를 거뒀다. 이에 따라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114억원으로 전년도 1570억원의 곱절에 달했다.

만약 쌍용건설이 한국거래소의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오는 4월1일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이 불가피하다.

한일건설도 작년에 2988억원대의 당기순손실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돌입되면서 끝내 이달 중순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금호산업·삼호·삼부토건 건설사들은 2011년에 이어서 지난해에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미 법정관리에 있는 남광토건·범양건영·벽산건설 등은 자본잠식우려가 크다.

다른 정상 건설사의 사정도 비슷하다. 경남기업은 2011년 흑자였던 당기순손실이 지난해에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신세계건설과 KCC건설의 순이익은 각각 63.8%, 79.8% 급감했고 계룡건설 순이익도 전년보다 52.8% 줄었다.

해외시장 공략에 시도하던 상위권 대형 7개 주요 건설사(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들도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지난해 이들 7개사의 매출 총액은 전년대비 15.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98%, 순이익은 7.57% 각각 감소했다.

◆건설업 악화에 '구조조정' 잇따라

지난해 말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 건설사 중 워크아웃·법정관리 진행중인 업체는 총 20개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동양그룹·한일건설·쌍용건설이 구조조정에 접어들었다.

동양그룹은 건설업 침체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돼 지난해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가전사업부·섬유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워크아웃 중인 한일건설은 최대주주인 한일시멘트 측의 지원이 어려워지자 법정관리를 맞았고, 쌍용건설 역시 최대주주인 캠코(자산관리공사) 등의 외면으로 워크아웃이 목전이다.

다만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인 두산건설은 최대주주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 등으로부터 유상증자 등 총 1조원의 자금을 받기로 한 것이다. 두산건설은 이번 자본확충을 통해 순차입금을 8000억원 수준으로 낮추고 부채 비율은 148%로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이런 위기가 중소형 건설사 넘어서 상위 건설사까지 확산되는 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 손실과 국내외 하청업체들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도 원가 절감과 해외사업 확대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위기감을 체감한다"고 언급했다.

◆중대형 건설사도 '노심초사'

건설업계는 올해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만기도래 채권 집중으로 위기 건설사가 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만기인 기업 회사채 중 건설업 비중은 24.4%에 달한다.

금융업계 추산 결과 올해 기준 현금성 자산 대비 회사채와 PF관련 대출 등을 합산한 총 유동성 부담액은 △한라건설 1조5000억원 △코오롱글로벌 8100억원 △동부건설 7100억원 △계룡건설 4500억원 등이다. 게다가 지난해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지난 2006년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들은 올해 만기도래될 채권 상환 부담이 워낙 크기에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면서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액은 101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원 넘게 줄어 새 정부 5년간 경제성장률을 1.5%포인트 떨어뜨리고 취업자 수도 12만6000명 줄을 것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