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K카드 회원인 배모(31)씨는 최근 카드사로부터 신용카드 한도를 높여준다는 안내전화를 받았다. 해당 상담원은 22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배씨에게 “신용카드를 연체없이 성실히 사용하고 있어 이용 한도를 증액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신용카드 한도 증액이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배씨는 증액 조건에 대해 물었으나, 상담원은 “원래 가처분소득 등을 서류로 제출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오늘 하루만 이벤트성으로 바로 한도를 높여줄 수 있다”며 증액을 권유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을 예방하기 위해 신용카드 한도 증액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지만, 수익 악화를 우려한 카드사들이 이벤트성으로 한도를 높여주는 ‘꼼수영업’을 벌이고 있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신용카드의 이용한도 증액 권유를 금지한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이 시행되기 전, 사용실적이 건전한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성 텔레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텔레마케팅은 배씨의 사례처럼 이벤트를 빌미로 이용한도 증액에 특별한 서류와 절차가 필요 없음을 강조한다.

올해부터 카드사는 고객에게 이용 한도 증액을 권유할 수 없다. 오히려 연 1차례 이상 이용 한도의 적정성을 심사해 소득, 재산, 채무 등으로 따진 가처분소득에 견줘 한도가 지나치게 많으면 줄이도록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여전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카드사들에 공문을 보내 개정안을 철저히 지키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카드 이용한도 증액 권유 금지가 담긴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은 회원 고지절차 등을 거쳐 오는 3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발급 규제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카드사들이 표준약관이 시행되기 전 텔레마케팅을 통해 여전히 꼼수영업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카드사들은 고객에게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의 이용을 권유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대출상품 광고에 이자율·수수료율 최저수준은 크게 표기하고 최고수준은 작게 표기하는 ‘꼼수광고’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가 현실화되다 보니 일선 영업부서에서는 여전히 이런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감독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규정을 위반한 카드사가 적발되면 영업정지, 과징금 등 엄중한 행정조치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