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삼국지 손권 용병술 벤치마킹…"내치는 김창근 외치는 구자영"

2013-02-17 15:13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고굉지신(股肱之臣). 임금이 가장 신임하는 중신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의 오나라 손권은 형인 손책의 유명을 받들어 장소와 주유라는 당대의 기재(奇才)들을 가려 쓴다. ‘안의 일은 장소에게, 밖의 일은 주유에게 맡기라’ 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장소는 내정에 능했고 주유는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명장이다.

삼국지의 용병술은 오늘날 기업경영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최근 SK는 최태원 회장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손권을 벤치마킹한 인재경영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나란히 장소와 주유에 비견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김창근 의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선경합섬에 입사해 1987년 3월 자금부장, 1996년 경영기획실 재무팀장 등을 거친 뒤 2000년에는 SK구조조정추진본부장 사장 겸 재무부문장을 역임하며 SK의 내실경영을 이끌었다. 그룹을 대표하는 기획통이다.

또 외환위기가 터지자 구조조정을 통해 SK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공을 세웠다. 이 때문에 최근 SK의 체제변환과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의장은 소위 SK글로벌사태 당시 최 회장과 함께 고락을 함께 했던 대표적인 원로 중신이다. 김 의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린동 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임직원 100여명과 만나 오너 공백에 따른 사업차질이 없도록 분위기를 추스르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달 중 협의회 위원장들과 공식 회의를 열고 미뤄졌던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SK의 ‘따로 또 같이 3.0’ 신경영체제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구자영 부회장은 협의회 산하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최근 최 회장이 주력해왔던 그룹사의 해외사업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구 부회장은 최 회장이 외부에서 직접 영입해 올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2008년 SK에너지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맞춰 글로벌 역량이 있는 인재를 고르던 중 당시 엑손모빌 중역이었던 구 부회장을 직접 스카웃했다”고 전했다.

구 부회장은 전문성이 탁월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미국 뉴저지주립대 공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엑손모빌에서는 8년 동안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출원한 특허가 33건, 발표한 논문은 56편에 달한다.

이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SK에너지가 정유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2011년 해외 석유개발에서 사상최대 실적을 내는 등 글로벌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해 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한 해외 유전개발 및 플랜트 협력사업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사의 다양한 글로벌 사업의 협력 모델을 지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