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올랐지만 아직도 싼편”
2013-02-14 15:36
가정용 전기요금 상대가격 미국 대비 30%가량 높아<br/>한전 “원가회수율 낮다...철도, 도로, 수돗물 정부 지원 받아다”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최근 평균 전기요금이 4% 인상되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또다시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산업계는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비중이 터무니 없이 높아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나친 엄살이라고 맞서고 있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의 상대가격을 따져보면 미국에 비해 30%가량 높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원으로 기준할때 일본은 98.6원, 프랑스 91.0원, 영국 84.0원, 미국 77.1원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2011년 8월 이후 불과 1년 6개월만에 산업용 고압 전기요금을 4회에 걸쳐 25.4%나 올렸다는 점에서 산업계는 정부의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제조원가의 25%를 전기요금으로 납부하는 철강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총 1745억원의 요금폭탄을 맞게 됐다며 큰 불만을 토로했다.
오일환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산업용 대비 주택용 전기요금을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산업용 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비싸다”며 “산업용과 주택용의 판매단가를 단순 비교해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다고 섣불리 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산업계의 주장이 과장된 논리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지식경제부 전력진흥과 관계자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가정용, 산업용 통틀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싼 편”이라며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106.5달러)의 62% 수준에 머무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택용 요금 대비 산업용 요금 비율이 높은 이유도 아파트 위주의 높은 밀집도가 원인”이라며 “단독주택이 많은 해외에 비해 주택용 공급원가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2원 정도로 일반 가정의 누진제 3단계 요금인 183원보다 80원가량 싸다. 가장 비싼 시간대의 산업용 전기요금도 156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내 상위 10개 업체에 해당하는 대기업의 평균 판매가는 67원으로 한국전력의 평균 판매단가(87원)보다 20원정도 저렴한 전기료를 사용해 왔다. 즉, 전체 전기 수요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14% 수준인 일반 가정이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담해 온 셈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원가회수율을 근거로 전기요금 인상을 반박하는 형국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10차례에 걸쳐 61% 인상됐으며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92.4%로 주택용의 84.7%보다 높다”며 “사업장까지의 전기 공급을 위한 철탑 등 건설 및 유지보수비도 부담하기 때문에 실제 원가회수율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전은 그동안 눈덩이로 불어나는 적자를 보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철도, 도로, 수돗물은 100% 국가소유 기관으로 신규 건설이나 열차구입 등에 있어 정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다”며 “때문에 타 공공요금 대비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낮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요국 중 가장 인상이 낮은 편”이라며 “이같은 요금 인상 억제로 철강 등 에너지 산업의 매출이 크게 신장되는 등 혜택을 입어왔다”고 지적했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수요 중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웃돌고 있어 30%대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앞도적으로 높다”며 “유가 인상분이 전력요금에 반영되는 선진국들처럼 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오른 만큼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