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드 맞춘 덕에…지난달 은행 中企대출 3조원 증가

2013-02-13 17:15
가계대출은 일시적 효과 소멸로 감소 전환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새 정부의 방침에 은행권이 발을 맞추면서 지난달 중소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빚'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마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은 세제 혜택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한 데 따라 감소세로 돌아섰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1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전월보다 3조1000억원 증가한 44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대출이 전월보다 7조7000억원 감소하다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며, 증가폭은 지난해 9월 5조1000억원 이후 4개월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이는 새 정부가 ‘중소기업 살리기’를 강조하면서 은행권이 코드를 맞춰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금리를 깎아주는 방식 등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올해 국내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공급목표는 30조80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4.8% 늘어난 수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초과하는 실적을 은행권에 요구하고 있다.

한은 통화정책국의 김정현 금융시장팀 차장은 1월 중소기업 대출 증가에 대해 “부가세 납부수요,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확대 노력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12월 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재무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을 줄인 후, 1월에 그만큼 다시 늘린 데 따른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대기업대출도 전월 4조1000억원 감소한 데서 1조6000억원 증가로 전환하며 14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월보다 4000억원 늘어난 173조8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증가규모는 전월(5000억원)보다 소폭 축소됐다. 지난해 중소법인 대출 가운데 상대적으로 담보가 안정적인 개인사업자 대출비중이 높았던 점을 감안, 현재 금융당국은 어려운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가계대출은 지난해 연말 세제 감면혜택에 따른 일시적 효과가 사라지면서 넉 달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1월중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3조5000억원 줄어든 463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8000억원) 이후 4개월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모기지론 양도분을 포함하면 가계대출 감소액은 8000억원이다.

한은은 가계대출 감소에 대해 “취득세 등 세제 감면혜택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주택거래량이 급감해,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취득세 감면 혜택은 이달 들어 법안 통과로 연장이 확정됐다.

지난해 서울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4800호에서 12월 6900호로 증가했지만, 올해 1월 1200호로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양도 포함)은 전월보다 4000억원 늘어난 314조7000억원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규모는 지난해 11월 3조9000억원에서 12월 5조7000억원으로 확대됐으나, 올해 들어 축소됐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은 성과상여금 지급 등으로 전월보다 1조2000억원 줄어든 147조4000억원이었다. 전월 1000억원 줄어들었던 것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한편 이 기간 은행 수신은 계절요인에 따라 감소로 전환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부가세납부 수요 등에 따른 기업의 자금 인출로 전월보다 7조6000억원 줄어든 335조2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 재정집행자금과 상여금 유입 등으로 20조3000억원 증가한 데서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정기예금은 연말 자금수요로 줄어들었던 지자체 및 기업자금이 재유입되면서 전월대비 1조9000억원 증가해 558조3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머니마켓펀드(MMF)가 금리 메리트 부각에 힘입어 대폭 늘면서 15조4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6조7000억원)대비 증가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