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시작작품상에 허연시인의 '장마의 나날'

2013-02-08 10:57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강물은 무심하게 이 지지부진한 보호구역을 지나쳐 갑니다.
강물에게 묻습니다.
"사랑했던 것 맞죠? "네"
그런데 사랑이 식었죠? "네".
상소 한통 써놓고 목을 내민 유생들이나, 신념때문이 기꺼이 화형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장마의 미덕이 있습니다.사연은 경전만큼이나 많지만 구구하게 말하지 않는 미덕, 지나간 일을 품평하지 않는 미덕, 흘러간 일을 그리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 미덕, 핑계대지 않는 미덕, 오늘 이 강물은 많은 것을 섞고, 많은 것을 안고 가지만, 아무것도 토해 내지 않았습니다. 쓸어안고 그저 평소보다 황급히 쇠락한 영역 한가운데를 몰핀처럼 지나왔을 뿐입니다. 뭔가 쓸려 가서 더는 볼일이 없다는 건, 결과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치료 같은 거죠.
강물에게 기록같은 건 없습니다.
사랑은 다시 시작될 것 입니다.

허연(47) 시인의 ‘장마의 나날’이 제5회 시작작품상에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연륜과 섬세한 감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새로운 시의 가능성”이라고 평했다고 출판사 천년의시작이 8일전했다.
시작작품상은 시작문학상의 새 이름으로 계간 ‘시작’에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에 준다.

제11회 시작신인상은 김광섭의 ‘고드름의 기원’ 등 5편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