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G20 회의…글로벌 환율전쟁 '돌파구' 찾을까

2013-02-05 16:24
우리나라, 한국형 토빈세 등에 대한 방안 제시 예정<br/>중남미, 환율전쟁 가세…G20 '환율성토장' 가능성 높아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G20 재무장관회의가 오는 15~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가운데 올해 세계 경제흐름의 핵심이 될 환율문제가 어느 수위에서 거론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환율에 대한 문제를 예의주시하면서 '한국형 토빈세'와 같은 출구전략을 모색 중이라는 점에서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는 어느 때보다 각국의 환율방어 정책과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기획재정부와 관련기관에 따르면 올해 첫 G20 회의인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일본발 엔저현상에 대한 직접적인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G20은 환율전쟁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유럽에서는 G20에서 일본의 엔저쇼크와 치솟는 유로화 가치에 대해 협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최근 환율전쟁의 첫 희생자로 자신들을 꼽으며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이번 G20에서 치솟는 유로화 가치에 대한 문제를 협의할 방침이다.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은 지난달 30일 "유로화는 유럽 경제 상황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며 "우리는 유로화 강세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인 유로그룹에서 다룰 것이며 G20 회의에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달 말 현재 미 달러화에 대해서는 14개월,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33개월 고점을 기록 중이다.

그동안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해 환율방어에 나서겠다며 엄포를 놓던 중남미 국가들도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등 거의 모든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달러 매입을 늘리고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등 자국통화 방어에 나선 것이다.

루이스 카스티야 페루 재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솔(페루 화폐)을 찍어 달러로 교환해 세계은행 등에 진 빚 20억 달러를 1분기 안에 조기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국 화폐를 찍어 시중 달러를 흡수한 뒤 빚을 갚는 데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일본 아베노믹스 전략과 흡사하다.

콜롬비아는 기준금리 인하로 승부수를 띄웠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4%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낮은 금리로 환율전쟁에 가세했다.

이밖에 코스타리카는 외국인 투자가의 이익금에 적용하는 세율을 기존 8%에서 38%로 늘리는 새로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중앙은행의 외환 개입에 대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반면 환율전쟁의 시발점으로 인식되는 일본은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엔저현상에 대한 집중 공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지난 3일 양적완화 정책 목표는 엔화 약세가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아소 부총리는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끝내려는 목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했다"며 "그 결과 주가는 올라가고 엔화 가치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전쟁에 관한 각국의 비판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비한 대응책으로 한국형 토빈세를 꺼내들며 선진국 환율전쟁에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환율변동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할지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엔화의 인위적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이번 G20에서 엔화 약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 조율에 나설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의견제시를 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