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실적 부진에… 국내 IT업계도 충격

2013-01-31 15:52
IT부품 기업, 애플 판매 감소에 타격<br/>외국인들 삼성전자 등 순매수 나서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국내 정보·통신(IT) 업체들이 애플쇼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당장에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애플과 직접적인 거래가 없는 중소업체라도 대기업 납품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지난해 9월 19일 702달러 고점에서 최근 450달러대로 35% 이상 폭락했다. 원인은 실적 부진이었다. 애플의 2013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0~12월) 순이익은 130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00만 달러 증가에 그쳤다. 아이폰 판매량도 4780만대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러한 애플 실적 부진에 국내 IT업종도 추락했다.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이달 초부터 30일까지 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IT부품 지수도 4.1% 떨어졌다. IT업계 불황과 부품 공급 감소 우려가 동시에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계속됐다. 애플이 실적을 발표한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외국인 자금 4831억원이 빠져나갔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도 679억원씩이 사라졌다.

국내 IT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하락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3.5%, 21.5% 줄었다. SK하이닉스(-12.7%)와 삼성SDI(-9.2%)도 감소폭이 컸다.

토러스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애플은 실적 부진과 성장 동력 상실로 주가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는 국내 IT기업 주가에도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9.27%에 달하며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인터플렉스, LG이노텍 등도 매출의 3% 이상을 애플에 의존한다.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애플에 대한 부품공급이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정도로 작은 편이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주가는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작년 9~12월 애플 주가가 폭락하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25% 가까이 급등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장기 추세에서는 두 기업 주가는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8% 이상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 등에 재료를 납품하는 중소 IT부품 업체들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의 실적 부진의 여파가 1차 부품 업체를 거쳐 2차 소규모 부품 업체로 점점 확대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IT기업들은 대부분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만드는 중간재 성격이 강하다"며 "애플 등 미국 IT기업들의 주문이 줄면 주가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