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예고된 부실…물난리·주차난·음식난
2013-01-29 18:31
부실 논란에 해당부처는 책임 떠넘기기 ‘급급’<br/>직원들 불만 고조…청사관리소 “전수조사 실시” 뒷북
아주경제 배군득·김선국 기자=정부세종청사 입주 부처 공무원들이 참았던 불만들을 하나 둘 곳곳에서 터뜨리면서 불만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청사에 입주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 28일 5동 4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실이 스프링클러 배관이 끊어지며 물폭탄을 맞는 등 입주 두 달 만에 세 번째 물난리를 겪었다. 또한 심각한 주차난과 함께 구내식당의 음식 수준은 참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번 장관실 물폭탄 사건 이전에 지난해 말 세종청사 2동 4층 공정거래위원회 복도에서 갑작스레 물이 새는 사고와 이달 4일 세종청사 4동 3층 기획재정부 사무실에서 침수사고를 이미 겪었다. 또 청사 주변도로 주차 단속이 시작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청사 내 주차장은 이중 삼중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총 4개의 구내식당(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총리실)은 동원홈푸드가 단독 운영하고 있으며 부실한 식단과 허술한 서비스에 대한 질타가 연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불만사항을 직원들이 수 차례 행정안전부에 토로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개선점은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세종청사 입주 부처들은 이런 불만들이 예고된 부실이라는 반응이다.
사전 점검이나 테스트 없이 무작정 입주를 시키다 보니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공사 중인 곳을 발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더구나 최첨단 건물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세 차례의 침수현상은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게 직원들의 이야기다.
행정안전부 소속 세종청사관리소에서는 안전지침이나 각종 시설관리를 책임지고 있지만 사실상 불만을 해결할 만한 권한이 없다. 이렇다보니 세종청사에 입주하지 않은 행안부 관계자들에게 보고하더라도 즉각 대응방안을 실행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농식품부 장관실 누수사태만 보더라도 세종청사관리소 직원들은 사건 발생 후 30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나타났다. 여기에 "세종청사 내 스프링클러가 4만1800개인데 그 중 하나라면 0.0025%로 잘한 것 아니냐"고 해명하면서 부실시공 논란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사건이 커지자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세종청사관리소 등 관련 부처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현재 세종청사는 국토해양부가 설계하고 건축 중이다. 아직 행정안전부로 관리가 완전히 이관되지 않아 각종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세종청사관리소는 행안부 지침대로 청사를 관리할 뿐 이번 장관실 침수사고에 대한 조치는 행안부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세종청사 부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행안부와 세종청사관리소는 3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모든 건물에 대한 소방설비 전수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실태조사는 반경 2.3m 이내에 설치된 4만1803개 스프링클러 헤드와 배관에 대한 변형 및 손상 여부, 소화수 압력 균형시험 등 소방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이다.
점검반은 시설용역직원 15명, 청사관리소 직원 5명과 세종청사 시공사 직원 10명 등 모두 30명으로 이뤄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28일 농식품부 장·차관실에서 누수사건이 발생,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차관에게 직접 지시받아 전수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 것"이라며 "건물에 대한 하자보수 보증기간이 3년이어서 예산을 따로 지출할 필요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