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승기> (1)아우디 A5 스포트백

2013-01-25 16:34
중년 남자의 로망 '쿠페'

아주경제 조영훈 기자= 남자들에게는 꿈이 있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남자라면 특히 그렇다. 자동차·카메라·오디오. 남자들이 꿈꾸는 '어른 장난감'이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산업화 1세대와 다른 그들 만의 로망이 있다. 그들 부모님은 '맛난 것 먹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앞을 보며 달려왔고 고도 장기 성장의 수혜를 받으면서 어느 정도 경제력도 확보했다. 단순히 쉬는 게 아니고 어렸을 적 꿈이었던 소망을 담아낸 생활에 한 발짝 다가서고 싶어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사람 상당수의 취미는 등산이다. 하지만 이제는 등산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사람. 사막을 걷는 사람. 꿈을 이루는 방법이 다양해졌고 그 문제를 고민한다.

볼프강 에거가 디자인한 아우디 A5의 원형 스케치. 쿠페지만 5도어 세단이다.


남자는 왜 자동차에 열광하는가

자동차가 그 첫 번째로 꼽힌다. 짜릿하게 질주하는 스포츠카. 내가 타보지는 못해도 스포츠카 사진 한 장 정도는 바탕화면에 담아놓은 사람도 주변에 흔하다.

출퇴근 교통수단.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하다는 상징이었던. 자동차는 애초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 꿈을 담아줄 수 있는 자동차를 꿈꾼다.

처음에는 크고 안락한 차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처음 80년대 르망에서 시작했던 꿈은 90년대 소나타에 이어 밀레니엄에 들어서는 그랜저까지 왔다. 그 시대에 맞는 중·대형차는 신분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이제는 아니다. 자동차도 나만의 개성을 담아야 한다. 남의 눈 의식하던 때도 지났다. 직급에 따라 세그먼트를 맞춰 타던 문화도 사라진 지 오래. 그야말로 정말 타고 싶은 차를 탄다. 수입차도 예외는 아니다.

20·30은 오히려 SUV를 비롯해 오프로드용 차량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40·50대는 오히려 개성 있는 차를 원한다. 심지어 바이크의 상징인 할리데이비슨을 꿈꾸는 드라마가 나올 정도이니.

아우디 2013년 패밀리룩을 빼닮은 A5 스포트백.


호기심으로 다가온 아우디 쿠페

람보르기니 같은 차는 언감생심 꿈에나 담아보고 '탑기어'를 통해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하지만 내가 직접 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0년 처음 출시된 아우디 A5 스포티백. 쿠페형 차량의 전성시대를 연 차량.

폭스바겐 CC가 국내에서 중년 고객에게 이미 인기를 얻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볼보가 지난해 국내에 발표한 S60도 전형적인 쿠페형 세단 디자인이다. 현대차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쿠페형 세단 i40의 최대 공략시장은 유럽이다. 요즘 대세란 얘기다.

같은 디자인으로는 어쩐 일인지 더 늦게 탄생한 아우디 A7이 국내에는 먼저 투입됐다. 하지만 가격이나 세그먼트가 애매하다. 극소수 애호가만 이용할 수 있는 정도.

A5 스포트백은 늦었지만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라인'을 갖고 있다. 요즘 인기있는 쿠페형 5도어. 일할 때는 세단처럼, 주말에는 쿠페처럼 일거양득이기 때문.

명품샵이 즐비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과 잘 어울리는 A5 스포트백.


볼프강 에거의 시선을 담고 있는 디자인

볼프강 에거는 아우디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하는 2세대 자동차 디자이너 그룹의 선두주자다. 그가 앞으로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을 맡았다는 것을 보면 그의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한때 웹에서 인기를 끌었던 동영상. 그가 처음으로 쿠페형으로 A5를 디자인했던 모습.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구자철의 대범함(?)을 보여준 A5 사진 한 장. 이미 관심은 그곳으로 향한다.

흥미로운 점은 A5의 실제 모습이 에거가 디자인했던 드로잉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이 떠오른다. 콘셉트 카로 발표했던 뉴 SM7에 네티즌이 열광했지만 양산차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동안 르노삼성이 고전했던 이유다.

반대로 디자이너의 드로잉을 빼닮은 차량은 '성공'한다는 새로운 공식도 등장한다. A5 스포트백은 그랬다.

아우디 A5 스포트백의 백미인 루프라인. 세단과 쿠페의 예술적인 만남이다.


실속형 쿠페를 확인하다

시승차량을 받아보고 가장 놀란 점. A7의 크기처럼 크게 느껴졌다는 것. 날렵한 유선형 구조를 강조하면서도 하부의 볼륨을 키워주니 전장 4.7미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 보인다.

실내에 들어선 첫 느낌은 고급스럽다. 이차에 장착된 옵션을 보면 핸들링과 서스펜션 등을 4단계로 조정하는 드라이빙 셀렉트 옵션부터 정속주행 장치, 3세대 MMI 일체형 내비게이션, 정차 중 엔진정지 장치, 열선 및 동풍시트, 운전석 시트조정장치 등이 눈에 띈다.

인테리어는 럭셔리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도록 크롬과 우드 재질이 조화롭게 배치됐다.


하지만 1시간 정도 앉아있어 보니 왠지 좁다. 아마도 이차의 베이스는 A4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 확인해보니 차폭은 A4보다 1cm 넓고 전장은 2cm 길다. 준중형 세그먼트라는 얘기다.

요즘 대세인 옵션이 다 들어있다. 없다면 BMW와 기아차 K9에 적용한 헤드업디스플레이. 하지만 계기판 트립컴퓨터를 통해 내비게이션과 아날로그 속도를 보여준다. 방식이 다른 디스플레이인 셈이다.

시동을 걸자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최고치를 찍은 후 시동이 걸린다. 스포티하다. 디젤 엔진이 주는 소음도 비교적 잘 잡았다. 체감 상으로 경쟁사인 독일차들에 비해 조용한 느낌.

인수 당시 트립 컴퓨터를 통해 본 연비는 리터당 8km. 600km를 주행한 차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틀째 여주 신륵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도로 사정에 맞게 주행해본 결과 평균 시속 60km로 200km를 달린 연비는 리터당 15km. 제원상 고속도로 연비에 미치지 못하지만 에이징이 안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이 가는 연비다.

주행성능, 세단이라면 합격…스포츠카라면 아쉽다

여주 신륵사 주차장에 도착한 a5 스포트백. 빙판에 가까운 눈밭에 더 잘 어울린다.


이 차에 탑재된 엔진은 2.0 TDI 디젤 엔진. 최대출력 177마력에 최대토크 38.8kg.m이다. 이에 걸맞게 시내에서 빠른 가속력과 추월 등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스포츠카도 아닌데 이 정도면 속된 말로 '칼치기' 정도는 가능하겠다.

도로 사정상 최고 속도까지 가속하지는 않았지만 쉽게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넘어선다. 고속도로에서 따라붙는 몇 개의 경쟁 차종을 그냥 보냈다. 신차에 대한 예의. 에이징이 안된 차량이니깐.

다만 제원상 아쉬움은 남는다. 아우디의 엔진 튜닝 기술이라면 200마력 이상에 최대토크 40대로 튜닝이 가능했을 터. BMW에서 구형 320d 스포츠팩 스페셜 에디션인 '블랙앤화이트'를 그렇게 튜닝해서 팔았던 적이 있다. 이 차에 그 정도 튜닝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로백 7.9초가 아쉽게 다가온다는 얘기다.

깔끔한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핸들과 계기판.


한 가지. 좋았던 점. 1% 모자란 주행 성능을 보완할 수 있는 미션. 원 타치로 스포츠 모드와 일반 주동 모드로 변환이 가능하다. 가속하고 싶을 때 기어봉을 가볍게 아래로 쳐주는 'd6'가 's6'로 바뀐다. 스포츠 모드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이 덕분에 패들 쉬프트가 있어도 효용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평균적인 변속은 3000rpm대에 육박했다. 일반 주행모드에서는 이보다 낮은 2000rpm대에서 변속이 이뤄졌다. 7단 S-트로닉 미션을 강조한 보도자료가 생각이 났다.

하이파이로 속삭이다…14개 유니트 뱅앤올룹슨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블루투스로 MP3 파일 음악들을 들었다. 동승한 집사람이 깜짝 놀란다. 이태리와 우리나라 가곡을 모아놓은 조수미 앨범의 음악들이 나오자 집사람은 "이 오디오는 조수미를 위해 튜닝한 것 같네"라고 감탄사를 자아낸다.

최근에 내가 흠뿍 빠져있는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칸소네 곡들을 들어보니 그녀의 농염한 입술 치찰음부터 숨소리까지 담아낸다. 특히 그동안 내 차에서는 들리지 않던 타악기군 소리들이 모두 들려 깜짝 놀랐다. 적어도 14개 유니트를 통해 나오는 5.1채널 사운드는 차량에 최적화된 튜닝을 했다는 얘기다.

차량용 고급오디오 시장에 하이엔드 오디오업계가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들 업체들이 특정 스피커 혹은 앰프업체라는 점이다. 시스템을 튜닝하는 실력에서 '뱅앤올룹슨'의 실력을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이 차량에 탑재된 오디오는 클래식과 재즈, 보컬 그리고 현악기와 피아노까지 고르게 좋은 소리를 내준다. 전형적인 브리티시 사운드로 대변되는 유럽쪽의 사운드다. 품격있는 소리라는 얘기다.

요즘 유행하는 마룬5의 노래를 들어보니 산만하다. 음악이 헤비해지면 고출력 파워앰프와 낮은 음압을 갖는 스피커로 튜닝해야 한다. 오디오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어메리칸 사운드. ATC라는 스피커처럼. 하지만 이 사운드는 클래식과 세미 클래식에서 튜닝이 어렵다.

이전까지 들어본 최고의 차량용 사운드는 덴마크 다인 스피커를 채택했던 볼보 사운드. 이 사운드를 능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대안이라는 느낌이다.

주차장이 썰렁하다. 덕분에 콰트로의 진가를 제대로 체험했다. 길어진 제동거리에도 좌우로 흔들림이 전혀없다. 콰트로 덕분이다.


콰트로의 진가를 느껴보다

여주 신륵사에서 도자기 광인 집사람이 도자기 구경하는 사이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콰트로 테스트를 했다. 쌓인 눈이 빙판으로 변해있는 주차장. 200~300대 정도 가능한 주차장에 10여대 밖에 차량이 없다. 마음껏 콰트로 테스트를 해봤다.

깜짝 놀랐다. 콰트로의 성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제동시 차량이 휙돌아버린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주행에서는 해볼 수 없는 시도다. ABS와 안티 스케이팅 기능이 작동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량이 좌우로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스티어링 방향으로 제동이 된다. 10번 넘게 같은 시험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같다. 다만 제동거리는 생각보다 길게 나왔다.

나중에 아우디 관계자에게 문의해 보니 "기본 탑재된 타이어가 섬머용"이란다. 사계절 혹은 스노타이어라면 적어도 겨울철 빙판길 걱정은 확실히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우디는 역시 콰트로.

볼륨을 더한 뒷모습. 풍성한 모습으로 중후함을 더했다.


가솔린 모델이 더 경쟁력 있을 듯

이 차량은 쿠페라는 점이 상징하듯 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려면 2000CC 아우디의 가솔린 터보모델(211마력)이 탑재돼야 한다. 8단 미션과의 상생도 좋기 때문이다. 마니아에 가까운 사람들이 선호할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모델이 잘 팔릴까? 큰 기대는 어려울 듯하다. 가격대가 애매하다. 돈이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면 A4 라인으로 충분히 비슷한 감흥을 받을 수 있다. 같은 돈으로 A6 라인을 넘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정말 이 디자인이 좋다면 조금만 무리하면 A7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모델은 아우디의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보여주는 '미끼(?) 상품' 역할은 충분히 할 것 같다. 가슴이 설레야 다른 모델도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에 아우디 열혈팬을 늘릴 수 있는 모델이 들어온것 만으로도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