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 기자=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택시법’(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 및 정부와 국회, 업계간 눈치보기가 치열하다.

국회를 통과한 택시법에 대해 정부가 22일 거부권을 행사하자 정치권에서는 재의결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택시업계는 정부 행동에 반발해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타이밍을 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대체 법안을 통해 택시업계와 정치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약 합의 처리에 실패하면 택시업계가 총파업도 불사할 태세여서 ‘택시 대란’도 우려된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택시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을 의결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첫 사례다.

주성호 국토해양부 2차관은 “유사 교통수단 및 다른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며 “택시업계가 버스 수준의 재정지원을 요구할 경우 과도한 재정 부담을 초래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국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탐탁치 않아하는 분위기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관련 4개 단체는 곧바로 실무자 회의를 열고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7일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택시업계는 일단 국회의 택시법 재의결 움직임에 맞춰 비상총회를 열기로 하고 전국 택시 24만대에 검은리본을 부착하는 등 대국민 홍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인수위는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정부의 납득할만한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산업 대책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적절한 봉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국토부는 택시법 대체 법률로 택시만을 위한 특별법인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안’(택시지원법)을 마련해 이르면 이번주 중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이 법안에는 택시법에 담겼던 택시 경영개선, 친환경 차량 대체, 시설 확충에 운수종사자 복지기금, 운송비용 운전자 전가 금지, 장시간 근로 방지 등이 포함됐다. 감차 보상과 택시 공영차고지 건설 지원, 장비 확충과 취득세·부가세·LPG 개별소비세 등 조세 감면도 규정했다.

한편 정치권이 택시법 재의결을 추진하면 1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며 정부 측 제안설명 및 질의·토론을 거쳐 무기명투표에 부쳐진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151명)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 후 법률로 확정된다. 재의결 안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재차 행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