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군기잡기 나섰다…전 금융권 '바싹 긴장'

2013-01-20 16:02
'뭔가 보여주려는' 금감원 VS '몸 사리는' 금융권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연초부터 강도 높은 검사를 실시하기로 하자 전 금융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뭔가 보여줘야 하는' 금감원과 '몸을 사려야 하는' 금융사의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전체 금융권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다. 무엇보다 올해 첫 종합검사 대상이 된 KB금융그룹과 국민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금감원은 2월 한 달 간 KB금융 및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 고객보호 실태, 여신건전성, 금융지주와 은행 간 관계 등 포괄적인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란들에 대해서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KB금융의 수장이 이른바 'MB맨'으로 불리는 어윤대 회장이란 점이 또 다른 관심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대가 변한 만큼 행여나 금감원 검사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히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카드사들 역시 금감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개편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특히 금감원은 이동통신사, 항공사, 유통업체 등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횡포 여부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업계 카드사 7곳을 대상으로 한 이번 검사는 설 연휴 전까지 진행된다.

보험권에서는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연수원이 검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검사역을 파견해 생보협회와 연수원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으며, 다음 달 1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생보협회는 민원 및 상담처리, 생명보험 관련 정보공시 등 소비자보호 업무가 잘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검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손해보험사의 국내 사무소는 이미 현장 점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도 대상에 올랐다. 금감원은 이달 중 대형 저축은행 9곳에 대해 전산시스템 검사에 착수한다. 검사 대상이 된 저축은행들은 현재 구축 중인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은 곳들이다.

이번 검사는 정보통신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일부 캐피털사도 금감원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갑자기 금감원 부문검사가 시작돼 모든 직원들이 개인 일정을 미루고 정신없을 정도로 검사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국도 이번 검사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금감원 검사국의 한 관계자는 "해당 검사국 직원 모두 출장을 나가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는 늘 받아왔던 것이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이므로 이번 검사에는 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지 않겠느냐"며 "어느 때보다 검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은행(금융지주, 외은지점 포함) 15개사 △금융투자회사 14개사 △보험사 8개사 등 총 42개사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부문검사는 금융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거나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부문을 중심으로 총 792회 실시될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금융사 검사업무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