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당총액 외국인 비중 4년만 40% 넘어설 듯
2013-01-16 15:59
금감원, 금융사 중심 외국인‘고배당’제한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외국인이 지난해 대형 상장 종목을 투자해 받는 배당액이 5조8000억원에 육박하며 4년만에 배당총액 대비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배당 성향은 해외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지만 금융사를 중심으로 배당금 규모가 커 ‘국부유출’ 논란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사의 외국인 고배당을 강력하게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시총 상위 100곳에 투자해 받는 배당금은 5조75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100개 시총 상위주의 전체 배당총액(14조5340억원) 대비 비중으로 계산하면 39.57%에 달한다.
외국인의 이들 시총 상위주에 대한 배당 비중은 지난 2008년 32.64%에 불과했지만 매년 꾸준히 상승해 4년만에 40%선을 넘길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이 받는 배당금 규모 증가 속도는 비중 상승 속도보다 가팔랐다. 지난 2008년 외국인은 이들 100개 종목에 투자해 배당 수익으로 2조4196억원을 챙겼다. 작년에는 5조8000억원에 육박하며 4년만에 두 배가 넘는 배당수익을 얻게될 전망이다.
외국인이 가장 크게 배당수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 종목은 역시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가 예년 수준 현금 배당 성향을 유지하면 배당금은 주당 1만6000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외국인이 받게 되는 배당총액을 계산하면 지난해 외국인의 삼성전자 배당금은 약 1조3700억원이다.
지난해 외국인 배당금 총액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이유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을 늘려서다. 지난 2008년 외국인이 이들 100개 시총 상위사에 투자한 규모는 138조7328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44조8713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와 같이 외국인 배당금이 지난해 크게 늘은 점을 두고 시장에서는 또 다시‘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부유출로 보기 힘들다는 쪽은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배당 기여도는 13.1%로 글로벌 평균치인 21.1%보다 8% 포인트 가량 낮다. 배당기여도는 지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의 합의 총수익률을 배당수익률로 나눠 구한다. 최근 씨티그룹이 낸 보고서에도 국내 상장기업 배당성향은 국내 기업 수익성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그동안 외국인에 대한 높은 배당 규모가 문제됐던 사례가 금융사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이들 기업의 외국인 비중이 여전히 50% 이상이기 때문에 올해도 고배당과 국부유출 논란이 재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중 외국인 현금배당금총액 상위 10개사에는 한국외환은행, 신한지주, KB금융 등 금융사 3곳이 포함됐다.
외환은행은 지난 2011년 외국인에 7002억7600만원을 배당하며 2위인 포스코(4244억9500만원)와 3위인 삼성전자(4086억8000만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은 각각 2170억3900만원, 1740억3100만원을 배당하며 8위와 9위를 기록했다.
때문에 금융원은 올해 은행들의 고배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연초 금감원은 은행들에 ‘자본적정성 5개년 운영계획’을 만들어 제출하게 했다. 이 안에는 배당 목표수준과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목표치 등이 담긴다. 은행들의 배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