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사업지출 9%감축안…MB 10% 절감 ‘데자뷰’

2013-01-15 18:40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의료·복지 등 주요 대선공약 추진을 위해 정부에 82조 가량의 세출을 절감하라고 지시해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손 댈 수 없는 인건비나 복지지출 등이 총 예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개발 지출을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경제 위기에 대응해 각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마당에 우리만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경제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세다.

◆인수위, 재량지출 9% 줄여라…정부 ‘난색’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3일 업무보고에서 기획재정부에 세출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선 매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의 비용일 필요하다.

이 중 인수위는 81조5000억원(62%)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라고 했다. 때문에 정부가 연간 16조원의 정부지출을 줄여야만 한다.

그러나 상황은 녹녹치 않다.

총 예산 중 인건비, 보육비, 공적연금 지원, 지방교부금 등 의무지출은 정부가 함부로 줄일 수가 없다. 이런 지출은 법령에 따라 지출 대상과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번 정해지면 조정이 어렵다. 또 고령화 등으로 수혜층이 늘면 자동적으로 지출은 증가한다.

이 의무지출을 빼면 정부가 손 댈 수 있는 예산규모는 올해 총예산 342조원 중 53.1%를 차지하는 재량지출 181조9000억원이다. 여기서 8.8%(16조원) 정도를 절감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연구개발(R&D) 등 경제개발 사업 총량을 줄이라는 것이다.

◆MB 10% 절감안…재정사업 불가능 목표

이명박 정부도 집권 초기부터 정부의 재량지출을 10% 절감을 매년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제 이행률은 1∼2%대에 그쳤다. 실제 균형재정을 강조한 올해도 재량지출은 감축분은 3조5000억원(2%)정도 밖에 안된다.

현정부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개발사업비 중 70%는 인건비로 책정돼 있어 삭감이 힘들고 나머지 30%의 항목에서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그러면 사실상 33%이상 사업규모나 질을 줄이란 소리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절감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용재원의 3분의 1일 줄이라는 것은 재정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예산절감 목표치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재량지출 절감 방안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무지출은 축소할 수 없는 데 비해 재량지출은 특정사업이 끝나면 지출이 안되는 예산”이라며 “예산에 의무지출이 절반에 달하는 상황인데도 복지공약을 지킨다고 경제개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모순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건우 2040미래연구소장은 “SOC나 R&D 투자 등 재량지출도 법에 의무규정만 없지 다 재원 투입 대상이 정해져 있어 감축하기가 힘들다”며 “사무용품 등 소모성 예산은 줄인 수 있는데 그게 전제 예산에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예산절감 방침이 경기침체에 대응해 각국이 정부지출을 늘리는 세계적 대응기조와도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막대한 양적안화를 한 미국도 지출의 감축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기대응을 하고 있고 중국도 적극적 정부지출을 하는 추세”라며 “우리만 예산절감을 내놓으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