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금융감독체제 개편…‘문제 있다’
2013-01-14 18:10
아주경제 송정훈·장슬기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금융위원회가 국내외 금융정책을 모두 총괄하는 방식으로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조용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또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독립 기구로 두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과 함께 해당 부처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개편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국내·국제금융 정책 기능을 나누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국내외 산업금융정책은 한 부처에서 총괄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공무원 조직으로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수립하고 금융 관련 업무 전반을 총괄하며 금융감독원을 지도·감독한다. 민간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은 이런 금융위의 정책방향에 따라 감독과 검사 업무를 실제 집행하고 있다.
이에 인수위와 여당에서는 금융위에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국 기능을 통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금융만 담당하는 금융위의 역할을 확대해 국제금융까지도 맡긴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대해서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 권익 강화 차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등을 분리 신설하는 안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규제를 각각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총선 당시 금융소비자보호원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도 중시하지만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는 선제적 금융시스템 구축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전면 개편이든 부분 조정이든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부처들은 정부의 개편안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금융위 기자단 송년 다과회에서 "우리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5년마다 조직을 바꿔 왔다"며 "무조건 바꾸는 것보다 경제·예산·세제·금융정책 등의 구성 방법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개편안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재정부 또한 국제금융 업무를 금융위에 넘겨주길 원치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개편안에 대해 금융위가 지나치게 비대화된다며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의 분리를 주장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 기능을 재정부에 넘겨야 한다"며 "금융감독정책기구인 금융위와 금융감독집행기구인 금감원을 통합해 공적 민간기구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독기구가 정부 조직인 경우 관치금융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 금융정책의 조화는 도모하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며 "감독을 하는 당국이 금융산업정책까지 가지면 엑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개편과 관련해선 피감기관이 이중으로 감독받는 부담과 함께 감독업무의 연속성에 지장을 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김정열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감독과 미시감독을 나눌 필요는 있지만 금융소비자 쪽에 초점을 맞추는 미시감독을 강화하게 되면 피감기관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은행들도 기존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