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실적·뱅가드 3중고 겹친 증시… 언제 오를까?
2013-01-14 14:52
전문가들 "환율 진정, 1분기 실적 좋을 것"<br/>뱅가드 지수 변경 영향도 제한적 전망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증시가 환율·실적·뱅가드 리스크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쇼크'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증시 전반에 실적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원화강세에 이은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애를 태우고 있고, 세계적인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의 신흥국 ETF 벤치마크 지수 변경으로 대규모 자금의 증시 이탈도 불가피해졌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재정절벽 협상 타결이후 2031선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이후 8거래일 동안 2000포인트를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가 좋아졌다는 소식에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시 부진 원인으로 환율 문제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작년 10월 초 달러당 1112.5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현재 1050원대로 5%이상 떨어졌다. 반면 지난 2011년 10월 달러당 75.2 엔까지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4일 기준 87.6 엔으로 16.5% 뛰었다.
미국으로 2000만원에 수출되던 국산 자동차 가격이 환율 변동으로 2100만원으로 오른 반면, 3000만원이던 일본차 가격은 2500만원 정도로 낮아진 것이다. 미국에서 일본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면, 경쟁 관계인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고전하게 된다.
다만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환율 변동폭이 심할 경우, 미국이나 한국 등 주요국 정부가 개입해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 나중혁 연구원은 "올해 엔·달러 환율은 85~90 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일본이 통화완화 정책을 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규모가 적고, 한국도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해 수출 촉진 및 일자리 창출을 노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 실적 우려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코스피 기업 실적 전망치는 지난해 하반기 15.3%나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설비투자나 마케팅 등 기업들의 일회성 비용이 보통 4분기 실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 현상일 수 있다.
현대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4분기 실적 전망이 하락한 것은 기업들의 일회성 비용의 집중과 연구원들의 연초 낙관적 견해가 4분기 들어 수정되는 경향 때문"이라며 "4분기 실적에 신경쓰기보다 올 1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웃돌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뱅가드가 신흥국 ETF 등 글로벌 펀드 6개의 벤치마크 지수를 기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파이낸셜타임스증권거래(FTSE)로 변경한 것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증시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이대상 연구원은 "벤치마크 변경으로 뱅가드 신흥국 펀드가 보유한 한국 주식이 25주에 걸쳐 매주 약 4000억원 규모의 매물로 나오게 된다"며 "증시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음주 수급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도 "뱅가드가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해 매물을 특정 시점에 집중하면, 수급에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