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로 세수 5000억 확보?..박근혜식 '지하경제 양성화' 첫 선
2013-01-09 18:33
조세부담률 19%→21%로 높인다..국세청엔 "세수확보 적극 나서라"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현행 19%에서 21%로 높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인수위는 직접적인 증세 없이 세원 확대로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수위 측은 뇌물·범죄·매춘·불법도박 등 위법행위와 자영업자의 탈세, 조세회피 등을 포괄하는 수백조원대 지하경제만 양성화해도 현행 국민 조세부담률을 21%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20조원 이상 세수가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7.1%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명목GDP는 약 1290조원으로 이에 적용하면 345조원이 지하경제의 규모인 셈이다.
인수위는 우선 시중에 성행하는 가짜석유를 근절해 최소 5000억원대 세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13년도 예산안에 가짜석유 유통을 단속하기 위한 '석유품질관리사업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구축예산'으로 65억원을 반영했다.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의 석유제품 입ㆍ출하량을 모두 보고받는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가짜석유 유통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겠다는 뜻이다. 가짜석유를 취급하다 적발된 주유소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부당이득 환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인수위의 관계자는 "가짜석유 근절책은 이미 관련 예산이 반영된 만큼 곧바로 추진할 수 있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주유소에서 가짜휘발유를 판매하다 적발되면 행정처분(사업정지 또는 과징금)과 형사처분을 병행하고, 같은 위반행위로 1년에 3회 이상 적발될 시에는 가중처벌 및 등록취소를 하는 등 법적 처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영업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명의 변경을 하는 등 편법을 통해 법망을 피하고 있어 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가짜석유 판매 주유소의 재적발률은 지난 2010년 59곳(9.8%)에서 2011년에는 75개 업소(11.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전산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가짜석유로 탈루되던 세원 확보뿐만 아니라 무자료거래, 면세유 전용 등 불법거래로 탈루되던 연간 약 2조원의 세금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현동 국세청장도 인수위 업무보고와 관련, 최근 본청 국장급 이상 및 지방국세청장들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강력한 세수 확보대책을 주문했다.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인수위는 관세청에도 급증하는 해외 교역량과 함께 늘어나는 불법무역행위 단속과 수출입기업 지원, 불법 자금세탁 및 재산 해외도피 차단 등을 강화하라고 지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