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담배, 아직도 피웁니까? - 김철환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
2013-01-07 15:37
김철환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 |
만약 건강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다면 이 말은 맞는 말이다. 땀을 흘리며 노력하지 않은 농부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는 것처럼 건강도 정성을 들여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건강 투자 없이 장수, 건강한 노년, 삶의 질이 높은 인생을 얻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 얼마나 더 살려고 술 담배 끊고 사나! ○○○씨를 봐라. 술 담배 안 했어도 일찍 병으로 죽지 않았느냐? ○○○씨를 봐라. 술고래요, 골초인데도 70이 넘어서도 얼마나 건강하냐?"
"일본에는 100세 넘은 장수자들 중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들이 많다"라고 항변을 한다.
언뜻 들으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만 이런 주장은 현재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주장이다.
어떤 요인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는 현재 살아있는 사람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들 눈에는 건강관리를 잘 하지 못해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병들어 누운 많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건강에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눈에 띄는 사람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가령 어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조사했더니 모두 건강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 공장은 어떤 위해요인도 없는 안전한 공장일까? 아니다. 엄청난 위해요인이 숨어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만약 그동안 이 공장에서 일했던 많은 노동자들이 병을 얻어 이미 공장에서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 시점에는 운 좋게 건강을 유지한 노동자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공장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
이 공장에 들어와서 일했던 모든 사람의 건강기록을 조사해야 공장의 안전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을 건강 노동자 효과(Health Worker´s Effect)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판단할 때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담배를 피우는 사람 중에 건강한 사람이 있다고 마치 사람의 수명은 운명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운(運)에 맡기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건강과 장수는 상식적인 습관을 최선을 다해 지키는 사람에게 온다.
흡연하는 사람은 평균 6년 정도 수명이 짧다. 흡연으로 인한 암·심뇌혈관질환·호흡기질환 등에 걸릴 확률이 반이 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담배는 끊자.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도 해롭게 하는 담배를 끊어야 건강과 행복이 온다. 의지만으로 끊을 때 금단증상 때문에 힘들다면 니코틴 패치나 니코틴 껌과 같은 것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약국에서 살 수 있고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준다. 금연초나 전자담배는 임상시험을 거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로서 권하지 않는다.
담배는 단번에 끊어야 한다.
흡연량을 줄이는 것도 차선책이지만 실제 건강에는 그리 도움이 안 된다.
금연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금연은 가능하다. 금연에 자꾸 실패한다면 집중적인 상담과 적극적인 약물요법을 권한다.
의사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바레니클린과 같은 약을 처방 받아서 복용하는 것이 가장 성공률이 높다.
금연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 문제이지 여러 번 실패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흡연은 나쁘지만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는 정반대이다.
흡연 중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 금연하면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흡연 욕구가 있을 때는 니코틴 금단증상이 있는 것인데 이때 담배를 피우니 마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측정해보면 금연 후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금연해야 건강해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