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영어마을 결국 문 닫나

2012-12-24 18:24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인천시 서구 구민들의 영어배움터로 매년 2만여 명이 다녀간 영어마을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교육시설이 들어선 부지가 검단(신도시)택지개발사업지구에 포함되면서 존치 여부가 불투명하다.

24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서구영어마을(GEC)은 2006년 서구가 시교육청 소유이던 창신초교를 빌려 평생학습시설로 조성, 올해 6년째 민간에서 위탁운영 중이다. 이는 서구가 앞서 2005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외국어교육특구로 지정된데 따른 조치다.

이곳은 서구 구민과 저소득층 자녀의 학습공간으로 매달 1600여 명에, 지난 6년간 12만여 명이 수강할 만큼 호평을 얻었다.

문제는 영어마을이 포함된 이 일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추진하는 개발지구란 점이다.

최근 LH는 실제 소유주인 시교육청에 존치 또는 폐지를 문의했고, 시교육청은 현재 임대해 사용 중인 서구의 입장을 되물었다. 다시 말해 시교육청은 별다른 활용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서구가 영어마을의 땅과 건물을 구비로 사들여 현행대로 유지하라는 주장이다.

서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해당 부지 등 매입비에만 100억 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거 지원비로 55억여 원, 임대료 10억여 원이 들어갔지만 오히려 20억여 원에 가까운 적자가 나며 '혈세먹는 하마'로 전락, 매입 타당성은 더욱 떨어진다.

그렇다고 관망하기도 힘든 입장이다. 서구는 지난 9월 교육과학기술로부터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 영어마을에서 손을 뗄 경우 스스로 본인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꼴이 된다.

걸림돌은 또 있다. 현 위탁업체와의 계약이 내년 2월이면 만료돼 새 사업자를 서둘러 물색해야 한다. 서구는 임시 방편으로 내년 3~12월 10개월치 운영비로 8억여 원의 예산을 세워둔 채 수탁자 재선정은 잠정 중단시켰다.

당장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LH 역시 다급한 건 마찬가지다. 관할 교육청에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의견을 물었지만 묵묵부답인 탓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존치 땐 면적 조정에 따른 3000여㎡ 면적의 추가 부지확보가 필요한데 이 비용을 교육당국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며 "서구가 이전에도 (영어마을)매입 의향을 밝힌 적이 있으므로 이것이 최선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