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제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 바람직한 방향은?
2012-12-24 16:48
"금산분리는 상징적 재벌개혁안 불과…투자 감소·외국계 자본 유입에 따른 경영권 위협 우려"<br/>"외형상 규제 강화로 기업 옥 죌까 우려…자발적 상생 분위기 형성 기대"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차기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공정경쟁 촉진'으로 요약된다. 재벌 구조의 긍정적인 면은 살리되 오너의 사익 추구를 위한 부적절한 행위는 단죄하겠다는 취지다.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경제민주화 방안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역시 강경론에 가깝다. 박 당선인이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기업집단 불법·사익편취 행위 근절 등이다.
특히 재계는 '박근혜식 금산분리'에 주목하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이 큰 데다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돼 있어 가장 먼저 시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근혜식 금산분리'의 핵심은 대기업 금융·보험 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을 현행 15%에서 향후 5년간 5%까지 줄인다는 내용이다.
공약이 실행되면 삼성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기업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제일모직·호텔신라·에스원·삼성경제연구소·올앳 등 6개사가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보험 계열사의 보유주식을 5%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총 6조9572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산분리 강화안으로 발생되는 추가 비용이 대기업의 고용과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용을 내부에서 조달하기 힘든 기업의 경우 외국자본 유입에 따른 경영권 위협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차기 정부 경제민주화의 기본 취지가 재벌 구조의 긍정적인 면은 살리고 오너의 부적절한 행위를 통제하는 데 있다면 금산분리도 시행하지 않는 게 맞다"며 "금산분리 강화책은 실효성 없는 상징적 재벌개혁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하다간 제2금융권까지 외국계에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동시에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순환출자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를 금지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신규 순환출자 금지 또한 제도 도입에 여지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원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때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내에서 △기업의 담합행위 발생 시 소비자 등의 손해액을 담합행위자가 3배로 배상토록 하는 '독점규제법'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에 부당하게 단가를 인하했을 때 그 10배의 금액을 징벌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하도급 거래법' 등을 연내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련 법안의 시행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신 수석연구원은 "불공정 하도급거래 피해 방지·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외형적 현상만 보고 정상적인 행위까지 규제 범위에 놓이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며 "자발적인 상생과 협력 분위기를 형성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