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에게 바란다> ‘휘어가는 허리’ 중산층을 잡아라

2012-12-20 06:52
중산층 70% 시대 열어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 신화 이루길<br/>“중산층 붕괴를 막는 해법은 결국 일자리와 성장밖에 없다”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경기도 일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45세 여성. 20여년 직장생활을 하다 내 일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자영업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요즘 힘들다고 얘기한다. 더욱이 정치인에 대한 기대는 낮아졌으며 불신도 만연화하고 있다.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로서, 두 아이를 둔 한 엄마로서 18대 대통령은 국민들이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시길 소망한다.

# 서울 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취업준비생인 28세 남성. 높은 대학등록금과 학자금대출 이자로 인해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떨어지면서 마음까지 병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마음의 병을 얻어 고통받는 청년들은 없었으면 한다. 등록금과 학자금대출 이자를 현실화하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중산층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새 정부의 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중산층의 몰락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한편, 최근에는 정·재계의 주요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인 경제민주화 논란을 불러온 원인이기도 하다. 중산층 복원이 경제뿐만 아니라 건전한 사회 건설의 전제가 되는 이유다.

제18대 대통령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중산층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당선인은 대선 유세 기간 내내 '민생'을 강조하면서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중산층 70% 시대를 열어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공약을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득계층에 따라 50만∼500만원의 본인부담 상한선을 설정하고, 노인 간병비용 지원을 위해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참여정부와 MB정부를 거치면서 경제규모가 커졌고,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결국 중산층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중산층은 급속히 붕괴돼 왔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1990년 75.4%였던 중산층의 비중은 2000년 71.7%, 2005년 69.2%에서 2010년에는 67.5%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1990년 75.4%에 달하던 한국의 중산층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67.6%로 감소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중산층 의식의 약화현상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42.8%에 불과했다. 또 98.1%가 앞으로 계층 상승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응답해 중산층이 향후 더욱 엷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급감의 원인으로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잉공급된 자영업자의 몰락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기업들의 투자의욕 감소 △노동시장 경직화 등을 꼽고 있다. 이 같은 요인에 의해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으며, 특히 중간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임희경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망하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중산층이 많다"며 "중산층 붕괴를 막는 해법은 결국 일자리와 성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급작스럽고 일시적인 위기에 처한 중산층 가계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명전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중산층과 서민이 고르게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강한 3만 달러 시대, 노력에 따라 계층 이동이 보장됨으로써 미래를 향한 발전 의지가 충만한 실질적인 선진국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