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율 높이고 부자세 신설' 세계는 부자증세 '전쟁'..한국은?
2012-11-28 18:44
박근혜-문재인, 방법만 다를 뿐 고소득자 부담 증가 방향 같아<br/>“세율구간 조정·소득공제 체계 개편해 과세기반 확대해야”
아주경제 유지승 기자=전 세계에서 ‘부자증세’전쟁이 본격화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미국, 일본 등 재정위기로 휘청이는 국가들이 예산 균형과 적자를 줄이기 위해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고소득층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공화당 측이 ‘부자 증세’ 라며 반발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소득층 증세는 결혼 가정 기준 연소득 25만 달러(독신 20만 달러) 이상에 대한 소득세율을 35%에서 39.6%로 올리고,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부유층에는 최소 3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도 최고 소득세율을 41%에서 45%로 올리고 연간 소득 100만 유로(14억5000만원) 이상 부자에게 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소사업자들의 반발로 후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독일 야당은 200만 유로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에게 재산의 1%를 세금으로 내게 하는 임시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며, 스페인도 70만 유로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임시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은 민주당 세제조사위원회는 소득세 세율을 40%에서 45%로, 상속세 최고 세율을 50%에서 55%로 인상하는 내용의 부자 증세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릴 계획이다. 다만, 고소득 근로자와 개인사업자의 소득세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비과세와 세제 감면 혜택을 줄이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는 현재 고소득 근로자의 비과세·감면 혜택에 대해 상한선을 설정하고, 고소득 개인사업자에겐 소득세 최저한세율의 높은 구간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인사업자의 최저한세율 35%로 설정된데 반해, 고소득 개인사업자에겐 40~50% 정도로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약을 따져보면 분명 세금늘려야 하는데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순 없고 부자증세하는 방법뿐인 상황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증세를 하지 않고 비과세·감면이나 지출 축소 등으로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인 반면, 문 후보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을 올리는 부자증세를 내세우고 있다. 방법만 다를 뿐 고소득자에게 부담을 늘린다는 방향은 같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늘려야 하는데 부자를 타겟으로만 재정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고소득자의 세금을 걷는 것만으론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은 최근 대선 공약대로 복지 지출을 늘리면 매년 약 15조원가량의 재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확실하게 밝힌 재원 조달 방안을 빼면 대략 이 정도의 돈을 메울 방법이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복지 재정을 확보하려면 부자 증세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전체 세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세금이 많아질 경우 국민 저항이 생기니 쉽지 않은 일이다.
여야는 모두 일반 중산층·서민에 대한 증세 없이 예산 절감과 부자 증세만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보편적 증세 없이는 재원을 조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산층·서민에 대한 증세를 추진할 경우 국민 저항이 생기니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향후 복지 수요에 맞춰 세 부담을 늘릴 경우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가가치세 수입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 인상보다는 세율구간 조정과 소득공제 체계를 개편하는 방법으로 과세기반을 확대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노기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조세체계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지 어느 한 부분에만 접근해서는 검토에 한계가 있다”며 체계적 과세가 이뤄지도록 종합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